노출된 영상, 변해버린 남사친
핸드폰 화면이 밝아지자 세상이 무너졌다. 동영상 재생 버튼 위에 내 얼굴이 썸네일로 떠 있었다. 옆모습이지만 분명 나였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본 사람 몇 명이야?"
유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화면을 확인하자 조회수는 이미 세 자릿수를 넘어가고 있었다. 오랜 남사친인 도윤이 보낸 링크였다. '미친 여자애 몰카당한 줄도 모르고 춤춘다ㅋㅋ' 제목에 달린 악의적인 댓글들이 시선을 찔렀다.
"너무 걱정하지 마. 학교 페이지에서 삭제하라고 신고했어. 이거 누가 올렸는지 내가 알아볼게."
도윤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항상 그랬듯이, 위기의 순간마다 도윤은 내 편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15년간 이어진 우정은 그 어떤 연애보다 견고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머릿속에서 퍼즐 조각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영상 속 장소는 분명 교내 댄스 동아리방.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동아리 회원뿐. 그리고 그날 밤 연습실에 있었던 사람은 나와 도윤, 단 둘뿐이었다. 그는 자기 과제를 하러 온 거라며 구석에서 노트북만 붙들고 있었다.
"삭제됐어. 다행이다."
도윤의 메시지를 읽는 순간, 내 심장이 얼어붙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신고하고 삭제되려면 최소 하루는 걸리는데.
답장을 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영상 업로드 계정을 확인했다. 사용자명은 'dancing_shadow'였다. 도윤의 인스타그램 아이디와 동일했다. 손가락이 떨리면서도 나는 도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dancing_shadow... 이거 너 맞지?"
세 개의 점이 깜빡이더니 곧 답장이 왔다.
"미안해. 네가 날 좋아하는 거 알아. 근데 그냥 친구로만 보여. 이런 식으로라도 네 관심을 끌고 싶었어. 너무했지? 미안해."
내 손에서 핸드폰이 미끄러져 내렸다. 15년 우정이 단 15초짜리 영상으로 무너졌다. 그가 편집한 영상 속에서 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내가 가장 신뢰했던 남사친의 배신에 가슴이 찢어졌다.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도윤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문자가 아닌 통화였다. 내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녹음 버튼을 눌렀다. 어쩌면 이 녹음본이, 내가 15년 동안 믿어왔던 남사친의 실체를 세상에 보여줄 새로운 영상의 시작점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