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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썸타기

영상 속 썸타기: 모호한 경계선

유튜브 알고리즘이 그녀의 영상을 내 피드에 밀어 넣은 건 우연이라고 믿었다. 첫 5초, 그녀가 카메라를 향해 웃는 순간 이미 나는 구독 버튼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따뜻한 커피처럼 내 귓가에 머물렀다.

댓글창에 이모티콘 하나를 남기는 데도 세 번의 고민이 필요했다. 그녀의 영상마다 나는 가장 먼저 댓글을 남겼고, 그녀는 가장 먼저 내 댓글에 하트를 눌렀다. 어느새 그녀의 영상은 내 하루의 시작과 끝이 되어 있었다. 화면 속 그녀는 분명 수십만 구독자에게 말을 걸고 있었지만, 묘하게도 그 말들이 모두 나를 향한 것만 같았다.

"오늘은 제가 자주 가는 카페를 소개해드릴게요." 그녀가 말한 카페는 내 집에서 30분 거리였다. 그곳에 앉아 그녀가 마셨던 것과 같은 음료를 주문했다. 창가 자리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그녀의 영상을 틀었다. 화면 속 그녀가 앉았던 바로 그 자리였다. 현실과 가상이 겹쳐지는 이상한 감각이 밀려왔다.

DM을 보냈다. "항상 영상 잘 보고 있습니다. 혹시 제가 자주 가는 전시회가 있는데 관심 있으실까요?" 세 시간 후, 알림이 울렸다. "정말요? 저 전시회 정말 가보고 싶었어요! 혹시 이번 주말에 시간 되세요?"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것이 썸일까? 아니면 단순히 크리에이터와 구독자의 만남일 뿐일까?

전시회 당일, 그녀는 화면보다 작고 생생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던 그녀와 실제 그녀 사이의 간극에 어쩐지 안도감이 들었다. 우리는 전시품들 사이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종종 멈춰 서서 사진을 찍었다. "다음 영상에 써도 될까요?" 그녀가 물었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주일 후, 그녀의 새 영상이 올라왔다. "구독자분과 함께한 특별한 하루"라는 제목이었다. 코멘트창은 금세 "저도 만나고 싶어요", "부럽다"는 메시지들로 가득 찼다. 영상 속에서 나는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된 '특별한 구독자'로 등장했다. 그녀는 내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고, 우리의 대화는 편집되어 있었다. 그녀에게 나는 콘텐츠였던 걸까?

그날 밤,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영상은 잘 보셨나요? 사실... 카메라 끄고 만나고 싶어요." 모니터 속 그 문장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온전히 나를 본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콘텐츠의 일부가 될 뿐일까?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머뭇거렸다. 우리의 관계는 휴대폰 화면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