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의 영상: 우리가 놓친 진실
태연은 죽은 자매의 얼굴을 화면에서 본 순간 커피잔을 떨어뜨렸다. 어제 완성한 영상 속, 동생 미연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말하고 있었다. "언니,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난 이미 세상에 없을 거야."
액정에 커피가 튀었지만 태연은 닦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죽은 동생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미연은 3개월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아니,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었다.
"난 사고로 죽은 게 아니야. 내가 찍은 영상들을 봐." 미연의 목소리는 마른 가을 바람처럼 차갑게 흘러나왔다. 태연은 동생이 남긴 외장하드를 뒤적였다. 수십 개의 영상 파일들. 그동안 미연이 프리랜서 영상작가로 일하며 찍었다고 생각했던 소재들이었다.
손가락이 떨리며 첫 번째 영상을 재생했다. 어두운 창고, 몇몇 남자들이 상자를 나르는 모습. 두 번째 영상, 한 남자가 봉투를 건네는 장면. 세 번째 영상에서는 태연의 남편이 보였다. 미연의 남자친구였던 준호와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언니, 난 준호가 불법 거래에 연루된 걸 알게 됐어. 그리고... 언니 남편도." 미연의 목소리가 계속됐다. "영상으로 증거를 모으다가 들켰어. 그들이 내 사고를 계획했다는 걸 알게 됐을 때는 이미 늦었어."
태연의 폐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방 안의 공기는 갑자기 납덩이처럼 무거워졌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이 이제는 냉랭하게 느껴졌다. 남편의 출장이 잦아진 시기와 미연의 죽음이 겹쳐졌다.
"마지막 영상은 절대 혼자 보지 마. 경찰과 함께." 미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언니, 미안해. 내가 알게 된 진실이 우리 자매를 이렇게 만들어서..."
초인종 소리에 태연은 흠칫 놀랐다. 남편이었다. 오늘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이었다. 태연은 서둘러 노트북을 덮고 외장하드를 가방에 넣었다.
"자기야, 문 열어." 남편의 목소리가 문 너머로 들렸다. 태연은 잠시 망설였다. 옆 방에서 태연의 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준호'였다. 미연의 죽은 남자친구. 태연은 그제서야 자신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달았다.
태연은 노트북과 외장하드를 챙겨 안방으로 향했다. 창문을 열고 비상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남편의 초인종 소리는 다급해졌다. 태연은 동생이 마지막으로 걸었을 길을 생각했다. 자매는 때로 피보다 진한 영상의 진실로 이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