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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병원

영화 같은 병원: 필름 속으로 걸어들다

병원 복도가 영화 세트장처럼 느껴진 것은 내가 쓰러진 직후였다. 천장의 형광등이 필름 릴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의사와 간호사들의 목소리는 마치 후시 녹음된 듯 울렸다. "환자 의식 저하, BP 90/60, 산소포화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누군가 말했지만, 그것은 마치 내가 보고 있는 영화의 대사 같았다.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 한 주 전 개봉한 영화 '마지막 병실'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영화에서도 주인공은 이렇게 누워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 속 주인공은 깨어났을 때 초자연적 능력을 얻었다는 것이고, 나는 단지 약해진 몸과 어지러움만 얻었다는 것이다.

"김서준 씨, 저를 알아보시겠어요?"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가 물었다. 나는 그를 알아보았다. 이상하게도 그의 얼굴이 영화 '마지막 병실'의 악역 의사와 겹쳐 보였다. 그것은 아마도 약물의 부작용이거나, 내 상상력이 지나치게 활발해진 것일 터였다.

"오늘부터 특별한 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 의사는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날부터 매일 오후 2시에 '영화 치료실'로 불리는 곳으로 이동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환자들의 기분 전환을 위한 영화 상영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곳은 달랐다.

영화 치료실에는 거대한 스크린 하나와 의료 장비들이 있었다. 다른 환자들은 없었다. 오직 나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환자의 뇌는 영화를 보는 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입니다. 우리는 그 반응을 이용해 치료를 진행할 겁니다." 의사의 설명은 영화 속 대사처럼 비현실적으로 들렸다.

스크린에 영화가 상영되기 시작했고, 나는 점차 그 이미지에 빠져들었다. 스크린 속 장면과 병실이 중첩되더니, 내 침대가 마치 영화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영화 속 인물들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내 상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의료 모니터는 실제로 내 뇌의 활동이 급격히 증가했음을 보여주었다.

열흘째 되던 날, 나는 깨달았다. 내가 보고 있던 영화는 실제 영화가 아니라 내 기억의 재구성이었다. 특히 영화에 몰입할 때마다 지워버리고 싶었던 트라우마가 치유되고 있었다. 병원은 내 기억을 영화처럼 편집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이 경험한 것은 실험적 치료법입니다." 퇴원 날, 의사는 고백했다. "뇌는 영화를 볼 때와 같은 방식으로 현실을 인식합니다. 우리는 그 경계를 이용해 당신의 트라우마를 재편집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거리의 모든 것이 영화 세트장처럼 느껴졌다. 병원은 내 뇌를 바꿔놓았다. 이제 나는 내 삶을 영화처럼 편집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부터 나는 내 인생이라는 영화의 감독이 되기로 했다. 그리고 첫 장면은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