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오컬트남사친

오컬트 남사친: 그는 귀신을 보는 친구였다

창밖으로 빗물이 흐르던 날, 내 남사친 지호는 내 어깨 너머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뒤에 있는 여자애는 누구야?" 그의 말에 나는 등골이 서늘해지며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지호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1학년 첫날이었다. 모두가 자기소개를 할 때, 그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전 지호예요. 가끔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교실에 웃음이 터졌고, 그는 괴짜로 낙인찍혔다. 하지만 나는 그의 침착함과 솔직함에 끌렸다. 친구가 된 건 그렇게 자연스러웠다.

시간이 지나며 지호의 말이 실제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존재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해를 끼치지 않아," 그는 담담히 말했다. "그저 할 말이 있거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거지."

시험 기간, 함께 밤을 새워 공부하던 날, 그는 갑자기 책상을 응시했다. "우리 교실 맨 뒷자리에 앉았던 김수영이... 지금 네 책상 위에 앉아 있어." 김수영은 작년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여학생이었다. "웃고 있어. 네가 자기 자리에 옮겨 앉아서 행복하대."

오싹했지만, 지호 덕분에 이상한 위로를 받기도 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는 내게 말했다. "할머니가 네 방 창가에 자주 서 계셔. 늘 웃으시면서 너 보고 계셔." 눈물이 났다. 슬픔과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어느 비 오는 밤, 지호가 갑자기 전화했다. "지금 네 아파트 앞인데, 올라가도 돼?" 문을 열자 그는 흠뻑 젖은 채 떨고 있었다. "오늘은 그들이 너무 많아. 다들 내게 뭔가를 원해." 우린 밤새 TV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담요 안에 숨어 있었다. 그날 밤, 지호는 내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산 사람의 온기가 필요했던 걸까.

졸업 직전, 지호는 갑자기 사라졌다. 세 달 동안 연락이 두절됐다. 걱정으로 미칠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 날 문자 한 통이 왔다. "미안해. 잠시 도망쳤어. 그들로부터." 우리는 오래된 놀이터에서 재회했다. 지호의 눈은 피곤해 보였지만, 이전보다 편안해 보였다.

"요즘은 약을 먹어," 그가 말했다. "의사는 환각이라고 하지만, 나는 알아. 그들은 실재해. 하지만 이제 좀 덜 보여. 그게 편해."

지금도 가끔, 지호는 내게 속삭인다. "저기, 네 옆에 누가 있어." 처음엔 무서웠지만, 이제는 괜찮다.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까. 다만 지호만이 그것을 볼 수 있을 뿐. 어쩌면 귀신을 보는 남사친이 있다는 건, 내가 받은 가장 특별한 선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