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병원: 백색 복도의 그림자
병원 야간 당직 첫날, 나는 이미 죽은 환자의 호출을 받았다.
오후 11시 43분, 512호실 콜벨이 울렸다. 간호사 스테이션의 모니터에 붉은 숫자가 깜빡였다. 졸음을 쫓으며 환자 차트를 확인했을 때, 내 등줄기로 한 줄기 오한이 흘렀다. 512호실은 오전 8시 17분부터 비어 있었다. 마지막 환자는 그 시각에 사망 선고를 받았다.
"김 간호사님, 512호실 비어 있는 거 맞나요?"
김 간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병원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이런 일이 가끔 있어요, 선생님. 특히 이 층에서는."
소독약과 형광등 냄새가 뒤섞인 복도를 걸었다. 바닥에서는 누군가 세정제로 필사적으로 닦아낸 듯한 희미한 핏자국이 보였다. 512호실 문 앞에 서자, 방 안에서 비닐 소리 같은 바스락거림이 들렸다. 문고리는 차가웠고, 내 손바닥은 땀으로 미끄러웠다.
병실은 텅 비어 있었다.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희미한 바람이 커튼을 흔들고 있었다. 침대 위에는 누군가 누워있던 자국이 선명했다. 방금 전까지 환자가 있었던 것처럼.
"이 병원에 부임하신 지 얼마 안 되셨죠?"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섰다. 정형외과 박 과장이었다. 그는 30년 차 베테랑으로, 이 병원의 산증인이라 불렸다.
"이 병원은 6.25 때 야전병원이었습니다. 수많은 군인들이 이곳에서 숨을 거뒀죠. 그중에서도 이 5층은..." 그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특별한 환자들이 있던 곳입니다."
그날 밤, 나는 의료 기록실에서 1953년 자료를 찾아냈다. 5층은 당시 '특수 처치실'이라 불렸다. 기록상 이곳에서는 외과적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이 '특별한 치료법'을 받았다고 되어 있었다. 사진 한 장이 낡은 서류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흑백 사진 속, 512호실에는 얼굴에 붕대를 감은 환자들이 침대에 묶인 채 누워있었다. 그들 위로 이상한 문양이 그려진 천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날, 나는 512호실 천장의 페인트를 긁어냈다. 여러 겹의 페인트 아래에는 오래된 주술적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거친 글씨로 쓰인 한 문장: "고통을 넘겨주면 살 수 있다."
그날 밤부터 나는 512호실의 콜벨 소리를 무시하기로 했다. 병원에는 의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때로는 응답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하지만 가끔, 깊은 밤 복도를 지날 때면, 누군가 내 이름을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빈 병실에서 콜벨이 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