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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아내

오컬트 아내: 그림자의 계약

아내가 죽은 지 정확히 49일째 되는 날, 그녀가 돌아왔다. 문을 열자마자 익숙한 라벤더 향수 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민지야..." 내 목소리는 떨렸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얼굴은 분명 내 아내 민지였지만, 눈에는 낯선 어둠이 서려 있었다.

"보고 싶었어, 재현 씨." 그녀의 목소리는 기억 속 그대로였다. 하지만 어딘가 공허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창밖으로 번개가 번쩍였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그림자가 벽에 드리워졌는데, 그것은 분명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 기다란 손톱과 뿔이 달린 기괴한 형상이었다가, 번개가 사라지자 다시 평범한 여자의 그림자로 돌아왔다.

"어떻게... 돌아온 거야?" 내 질문에 그녀는 미소 지었다.

"중요한 건 내가 돌아왔다는 거잖아. 우리 다시 시작하자."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손가락이 이상하게 길어 보였다가, 눈을 깜빡이니 평범한 아내의 손이었다.

그날 밤, 민지는 내 옆에서 잠들었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죽은 아내가 돌아왔다는 기쁨보다는 공포가 컸다. 민지의 숨소리가 점점 깊어질 때, 나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서재로 향했다.

책장 맨 위 선반, 평소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둔 오래된 책을 꺼냈다. 할아버지가 남긴 '오컬트 의식과 금기'라는 책이었다. 전등 불빛 아래 페이지를 넘기며 답을 찾았다. '49일째, 망자의 그림자', '영혼의 대체', '도플갱어의 징후'... 창백한 달빛 아래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아직도 그 습관 못 고쳤네." 뒤에서 들려온 민지의 목소리에 책을 떨어뜨릴 뻔했다. "늘 궁금증이 생기면 밤새 책을 뒤지는 습관."

그녀가 천천히 다가왔다. "찾은 거 있어?"

"넌... 내 아내가 아니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민지는 슬프게 웃었다. "맞아, 온전히 그녀는 아니야. 하지만 완전히 다른 존재도 아니고." 그녀가 손을 펼쳤다. 그 안에는 붉은 실로 짠 팔찌가 있었다. 결혼 첫날 민지가 나에게 선물했던 것과 똑같았다.

"영계와 이승 사이, 49일의 경계에서 나는 선택했어. 너와 다시 함께하기로." 그녀의 눈에서 검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대가는 컸지만, 후회하지 않아."

그녀는 내게 팔찌를 건넸다. "지금 네 앞에 서 있는 나는... 우리가 맺은 계약의 일부야. 받아들일 수 있겠어?"

창문 너머로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손에서 팔찌를 받아들었다. 손목에 팔찌를 차는 순간, 피부가 살짝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민지의 눈이 순간 검게 변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때로는 사랑이 오컬트보다 더 강력한 의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떤 계약에는 돌이킬 수 없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