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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회사

오컬트 회사: 퇴근 후의 의식

퇴근 시간 5분 전, 모든 컴퓨터 화면이 동시에 깜빡였다.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으니까.

입사한 지 한 달이 된 나는 오늘도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다. 미완성 보고서를 제출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때, 이상한 기척을 느꼈다. 고개를 들자 텅 빈 사무실이 눈에 들어왔다. 7시 5분, 내 동료들이 사라진 지 정확히 5분이 지난 시간이었다.

"정 대리님? 김 과장님?" 내 목소리만 공허하게 울렸다.

거대한 창문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지만, 어딘가 달랐다. 빌딩들의 불빛이 일정한 패턴으로 깜박였고, 그 패턴은 점점 더 명확해졌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가 모스 부호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았다.

컴퓨터가 다시 켜졌다. 화면에는 내가 작업 중이던 보고서가 아닌, 낯선 심볼들이 가득했다. 원, 삼각형, 오각형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7시 15분, D구역 회의실로 오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이성은 무시하라고 외쳤지만, 호기심이 나를 D구역으로 이끌었다. 우리 회사에 D구역이 있다는 사실조차 처음 알았다. 엘리베이터 버튼에는 분명 D라는 버튼이 없었는데, 지금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갔다. 얼마나 내려갔는지 모를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났다. 문이 열리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회색 벽으로 둘러싸인 넓은 원형 홀이었다. 내 동료들이 모두 그곳에 있었다.

그들은 원을 그리며 서 있었고, 중앙에는 검은 대리석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내가 화면에서 본 것과 동일한 심볼이 새겨져 있었다. 모두가 정장 차림이었지만, 그들의 눈빛은 낯설었다.

"드디어 왔군요, 신입." 김 과장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깊고 울렸다. "이제 진짜 업무를 시작할 시간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내 질문은 곧 중단됐다.

"비즈니스의 본질은 거래죠." 대표이사가 앞으로 나섰다. 평소엔 결코 보지 못했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리는 가장 오래된 거래의 중개자들입니다."

테이블이 빛나기 시작했고, 심볼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매일 저녁 우리는 이 의식을 통해 위쪽에 보고합니다. 분기별 실적이 아닌, 다른 종류의 실적을요."

나는 그제서야 내가 입사 면접에서 합격한 진짜 이유를 깨달았다. 내 이력서에 적힌 '오컬트 문학 동아리 활동'이 HR팀의 눈에 띄었던 것이다. 그들이 찾던 것은 업무 능력이 아니었다.

대표이사가 빛나는 계약서를 내밀었다. "이제 선택할 시간입니다. 우리와 함께할지, 아니면..."

나는 주저 없이 펜을 들었다. 이상하게도, 이 모든 것이 내가 평생 찾아왔던 자리처럼 느껴졌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모든 빌딩의 불빛이 일제히 깜박였고, 나는 마침내 이해했다 - 이 도시의 진짜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