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귀신: 마지막 한 접시
인생에서 맞이하는 죽음의 순간이 이렇게 향기로울 줄은 몰랐다. 후각이 가장 먼저 돌아왔다. 바삭한 튀김옷에서 퍼지는 기름 냄새, 잘게 다진 파와 마늘의 알싸한 향, 그리고 감칠맛을 내는 간장 소스의 달콤함까지. 눈을 뜨기 전부터 나는 알았다. 이곳이 천국도 지옥도 아닌, 내가 평생 그리워했던 할머니의 주방이라는 것을.
"이제 깨어났니, 윤서야?" 목소리가 들렸다.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들었던 그 목소리. 15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커다란 무쇠 냄비 앞에 서 계셨다. 손에는 나무 주걱을 들고, 주름진 얼굴에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할... 할머니?" 내 목소리가 떨렸다. "제가 죽은 건가요?"
할머니는 답 대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냄비를 가리켰다. "마지막 요리를 완성해야 할 시간이다. 네가 그토록 찾았던 그 맛."
그제야 깨달았다. 병원 침대에 누워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던 나, 의사들의 긴급한 발소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었던 심장 모니터의 단조로운 경보음. 나는 실제로 죽었다. 43년의 인생이 끝났다. 그런데 왜 이곳에 있는 걸까? 왜 하필 할머니의 주방인가?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미완성된 일을 끝내러 이곳에 옵니다." 할머니가 내 생각을 읽은 듯 말했다. "너는 평생 내 요리 비법을 찾으려 했지. 맛집 평론가가 되어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던 그 맛."
할머니 말씀이 맞았다. 내 직업, 내 열정, 그 모든 것의 시작은 할머니의 요리였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나는 그 맛을 다시 찾기 위해 요리사가 되었고, 나중에는 음식 평론가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수천 개의 식당을 방문해도, 수백 개의 레시피를 시도해도, 그 맛은 재현할 수 없었다.
"오늘 네가 요리할 마지막 한 접시는 네가 평생 찾아 헤맸던 그 맛이란다. 이것을 완성하면..." 할머니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냄비에서는 이상하게도 내 인생의 향기들이 올라왔다. 어린 시절 할머니 집 툇마루에서 먹었던, 대학 캠퍼스에서 첫사랑과 나눠 먹었던, 첫 아이가 태어났던 날 병원 근처에서 혼자 먹었던... 모든 음식의 향이 한데 어우러졌다.
"비결은 뭐였나요, 할머니?" 내가 물었다. 이제 와서 알게 된들 무슨 소용이겠냐만, 그래도 알고 싶었다.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셨다. "사랑이지. 네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며 요리했단다. 그게 내 비법의 전부야."
할머니가 내게 주걱을 건넸다. 마지막 요리를 완성할 시간이었다. 나는 주걱을 잡고 냄비의 내용물을 저었다. 그 순간, 주방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모습이 서서히 투명해지고, 나도 그 빛에 섞여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마지막 여정의 시작인가 보다.
마지막으로 내가 본 것은 병원 천장이었다. 그리고 귓가에 들려오는 심장 모니터의 규칙적인 비프음. 나는 돌아왔다. 침대 옆 테이블에는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 그 향기는... 그 맛은... 바로 그것이었다. 평생 찾았던 할머니의 그 맛. 가족들이 놀란 표정으로 내게 달려왔지만, 나는 그저 미소지을 뿐이었다. 이제 알았으니까. 요리의 비법은, 그리고 삶의 비법은 사랑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