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남사친: 맛과 진심 사이
그가 양파를 써는 모습은 내가 본 어떤 살인 장면보다 잔인했다. 서툰 칼질에 양파 조각들은 제각각 크기로 도마 위에서 신음했고, 내 심장은 그 비명을 함께 들었다. 민우는 내 '그저 친구'였다. 대학교 4년 내내 옆자리를 지켜준 남사친. 그런 그가 오늘은 내 부엌에서 요리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진아야, 이렇게 하는 거 맞아?"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양파 즙에 젖은 눈가를 소매로 문지르는 모습이 웃겨 입술을 깨물었다. 요리의 'ㅇ'자도 모르는 그가 갑자기 요리에 꽂힌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우연히 말한 '요리할 줄 아는 남자가 멋있다'는 한마디 때문이었다.
"양파는 더 잘게 썰어야 해. 그리고 그 정도로 눈물 흘리면 진짜 울 때는 어쩌려고." 놀리듯 말했지만, 사실 그의 진지한 표정에 내 심장이 이상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민우의 요리 도전은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주부터 유튜브로 요리 영상을 찾아보고, 심지어 요리책까지 사왔다. '김치찌개 마스터하기'라는 제목의 책을 들고 오던 날, 나는 그의 진지함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남사친의 변화는 그저 재밌는 구경거리였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아, 뜨거워!" 그가 냄비 손잡이를 맨손으로 잡다가 소리쳤다. 순간적으로 그의 손을 잡아 찬물에 넣었다. 그의 손이 내 손 안에 있었다. 8년 지기 친구의 손이, 남사친의 손이, 갑자기 다른 사람의 것처럼 느껴졌다.
"괜찮아?" 물었지만, 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응, 괜찮아. 고마워." 그가 미소 지었다. 평소와 같은 미소인데 오늘따라 달랐다. 요리하는 남자가 멋있다고 한 건 그냥 하는 말이었는데, 이렇게 진지하게 도전하는 모습은 생각보다 훨씬 더 멋있었다.
결국 완성된 김치찌개는 비주얼로는 참혹했다. 김치는 덜 익었고, 간은 짰으며, 두부는 부서져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웃으며 그 찌개를 함께 먹었다. 맛은 형편없었지만, 민우의 노력이 담긴 그 한 그릇이 내 마음을 데우고 있었다.
"다음에는 더 잘할게." 그가 말했다. '다음에'라는 단어가 갑자기 특별하게 들렸다.
어쩌면 요리는 그저 매개체였을지도 모른다. 8년간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해준. 그날 밤, 나는 깨달았다. 가장 맛있는 요리는 정성이 담긴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가장 위험한 관계는 오랜 시간 '그냥 친구'라고 착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