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기억: 부모님의 맛
아버지의 죽음 이후, 어머니는 부엌에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기억한다, 어린 시절 부엌이 우리 집의 심장이었던 때를. 아버지의 칼놀림과 어머니의 맛보기, 그들의 웃음소리가 냄비에서 올라오는 김처럼 집 안 가득 퍼져나갔던 시간들을.
"소금 한 꼬집이면 된다. 더는 안 돼, 윤아." 아버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아버지는 양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소금만큼은 항상 신중했다. "사람의 입맛은 기억하거든. 짠맛은 잊히지 않아."
장례식 이후 석 달, 오늘 아침 어머니의 방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보다 일찍, 마치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발소리였다. 부엌으로 향하는 그 발걸음은 무겁고도 가벼웠다.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달려갔다.
어머니는 서랍을 열고 계셨다. 아버지의 칼, 십 년이 넘도록 아버지만 쓰던 그 일본식 칼을 꺼내들고 계셨다. 그 칼날에 아침 햇살이 반사되어 부엌 벽에 빛의 파문을 만들었다. 어머니의 눈가에 주름이 깊게 패였지만, 그 눈빛은 단단했다.
"도와드릴까요?" 내가 조심스레 물었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네 아버지의 생신이니까."
우리는 말없이 준비했다. 어머니가 양파를 썰자 매운 향이 공기 중에 퍼졌고, 나는 눈물을 핑 돌게 하는 그 향기 속에서 아버지를 떠올렸다. 고기가 팬에서 지글거리는 소리, 간장이 뜨거운 기름과 만나 내는 향, 어머니의 손끝에서 되살아나는 아버지의 레시피.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 요리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사랑의 언어였음을.
"아버지는 항상 대파를 이렇게 비스듬히 썰으셨어요." 내가 말했다.
어머니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네 아버지는 항상 자기만의 방식이 있었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어."
밥상을 차리면서 어머니가 갑자기 말했다. "네 아버지의 요리 노트가 있단다." 내게 건넨 것은 낡은 가죽 표지의 수첩이었다. "네게 주려고 했어. 이제 이걸 이어가는 건 네 몫이야."
아버지의 필체로 가득한 노트를 넘기다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문장을 발견했다. "요리는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방법이자, 남은 이들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두고 식사를 시작했다. 젓가락으로 첫 반찬을 집는 순간, 그 맛이 기억의 홍수를 일으켰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했던 식탁, 사랑이 녹아든 그 맛이 다시 내 혀끝에서 살아났다. 어머니와 나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떠났어도, 그의 사랑은 이 요리 속에, 우리의 기억 속에, 그리고 앞으로 내가 만들어갈 모든 식탁 위에 영원히 살아있으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