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로 시작된 썸타기
"연어 스테이크 한 접시가 당신의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그가 내 앞에 접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나는 그저 웃기만 했다. 그때만 해도 이 말이 예언이 될 줄은 몰랐다.
민준은 내가 다니는 요리 학원의 새 강사였다. 첫 수업부터 그의 칼질에 넋을 놓고 바라보던 나를, 그는 금방 알아차렸다. 마치 오랜 시간 연습한 무용수처럼 그의 손은 재료 위에서 춤을 췄다. 양파를 자를 때면 칼날이 도마에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가 리듬감 있게 교실을 채웠다.
"소금은 입맛이 아니라 마음으로 간을 맞추는 겁니다." 그의 말에 다들 웃었지만, 나는 그 말의 의미를 곱씹었다. 손목을 돌려 팬을 흔들 때 그의 팔뚝에 힘줄이 도드라졌다. 허브 향이 코끝을 스치고, 버터가 녹아내리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수업이 끝난 후 그는 내 요리에 유독 코멘트를 길게 남겼다. "감각이 좋네요. 하지만 조금 더 과감하게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의 말은 요리를 넘어 내게 던지는 도전장 같았다.
다음 수업, 나는 평소보다 일찍 도착했다. 그는 이미 재료를 손질하고 있었다. "도와드릴까요?" 내 질문에 그는 미소로 답했다. 우리의 썸타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우리는 칼과 도마 사이에서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는 내 손을 잡고 올바른 칼질을 가르쳐주었고, 나는 일부러 서툰 척했다. 오븐에서 빵이 구워지는 동안,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요리 이야기로 시간을 채웠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요리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이번 주말에 시장 구경 가실래요? 제철 재료를 고르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그의 제안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토요일, 그와 함께 시장을 거닐며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 그의 꿈은 작은 레스토랑을 여는 것이었고, 나는 여행하며 각국의 요리를 배우고 싶었다. 우연히 손이 스치자,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그날 저녁, 그의 아파트에서 함께 요리를 했다. 좁은 주방에서 우리의 몸은 자꾸 부딪혔고, 그럴 때마다 공기 중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와인 한 잔으로 긴장을 풀고,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에 웃고 공감했다.
디저트를 준비하던 중, 그가 내 뺨에 묻은 밀가루를 닦아주었다. 그의 손이 내 얼굴에 머물렀고, 시간이 멈춘 듯했다. 하지만 그때 타이머 소리가 우리를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아직은 때가 아닌 듯했다.
몇 주간의 썸타기 끝에, 학원 졸업 파티가 열렸다. 모두가 떠난 후, 그는 내게 마지막 요리를 대접했다. 바로 그 연어 스테이크였다. "요리는 기다림의 미학입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불을 올리고, 완벽한 순간에 접시에 담아내는 거죠." 그의 말에는 우리 관계에 대한 은유가 담겨있었다.
연어를 한 입 베어 물자 입 안에서 녹아내렸다. 그는 내 반응을 지켜보며 미소 지었다. "어때요?" 그가 물었다. 대답 대신, 나는 테이블을 돌아 그에게 다가갔다. 결국 우리의 썸타기는, 마치 완벽하게 구워진 요리처럼, 그날 밤 정확한 타이밍에 결실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