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아내의 복수
그녀가 전설의 요리사였다는 사실을 나는 그녀의 장례식에서야 알게 되었다. 나의 아내 윤미란, 15년간 내 음식을 담당했던 평범한 가정주부라고만 생각했던 여자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미란 씨는 프랑스 최고 요리학교 수석 졸업생이었죠.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헤드 셰프 제안도 받았던 사람입니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낯선 남자의 조문사에 나는 얼어붙었다. 콧속으로 밀려드는 향신료 향기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집에 돌아와 그녀의 서랍을 열었다. 숨겨둔 노트에는 날짜별로 꼼꼼한 요리 레시피가 적혀 있었다. '2023년 4월 15일 - 허브 치킨: 로즈마리 2g 증량. 과민 반응 확인됨. 두드러기 경미함. 다음에는 3g으로.' 그리고 다음 페이지. '5월 3일 - 머쉬룸 리조또: 고슴도치 버섯 첨가. 속쓰림 발생. 목표 달성까지 6개월 예상.'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나는 그녀의 요리를 먹으며 살아왔다. 매일, 매 끼니를. 달콤한 소스에 숨겨진, 미세하게 내 몸을 망가뜨리는 성분들. 독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교묘했고,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계산적이었다. 5년 전 내가 그녀를 배신했을 때부터 시작된 정교한 복수극이었다.
부엌으로 걸어가 냉장고를 열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준비해둔 반찬통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각각에는 작은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월요일 점심', '화요일 저녁'... 일주일치 식사가 정성스럽게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통에는 다른 메모가 붙어있었다. '사랑하는 그대에게, 마지막 선물'.
손이 떨렸다. 열어볼까, 버릴까. 망설였다. 화려한 플레이팅의 요리가 보였다. 그녀의 노트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문장이 떠올랐다. '완성된 요리는 항상 두 가지 길을 제시한다. 생명을 살리는 길, 혹은 그 반대의 길.'
포크를 들어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혀끝에서 터지는 맛의 폭발은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맛을 뛰어넘었다. 천국의 맛, 혹은 지옥으로 가는 마지막 정거장의 맛. 나는 의식이 흐려지는 순간까지도, 이것이 용서인지 복수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