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요리사의 회사
요리사가 마지막으로 칼을 놓던 순간, 회사의 모든 전화벨이 동시에 울렸다. 내가 그 요리사다. 그리고 이 회사는 내 것이었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칼 끝에서 빛이 반사되어 천장의 샹들리에처럼 흩어졌다. 주방 공기는 바닐라와 버터, 그리고 사직서의 잉크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20년 동안 키워 온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대기업에 넘기는 계약서에 서명하고 온 날이었다. 손목에선 아직도 펜을 쥐었던 긴장감이 남아있었다.
"셰프님, 예약 손님들이 다 도착했습니다."
수셰프의 목소리가 내 생각을 잘랐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회사가 내 손을 떠나기 전 마지막 만찬을 준비했다. 초대된 사람들은 내 인생에서 중요했던 12명. 첫 손님부터 평생의 단골까지.
주방은 교향악단처럼 움직였다. 식칼이 도마에 부딪히는 소리, 끓는 육수의 거품 소리, 오일이 팬에 닿는 지글거림까지. 20년 동안 매일 들었던 소리들이 오늘따라 각별하게 들렸다. 손가락 끝으로 소스의 농도를 확인하는 감각, 혀로 간을 맞추는 정확함, 시간을 재는 직감. 내 몸에 새겨진 요리의 언어들.
"트러플 소스가 완벽해요, 셰프님."
내가 가르친 제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내일부터 이 주방의 새 주인이 될 터였다. 대기업은 내 레시피와 이름만 원했고, 직원들은 모두 남겨두기로 했다. 내 영혼은 가져갔지만, 적어도 가족 같은 직원들의 일자리는 지켰다.
메인 디시를 완성하는 순간, 갑자기 내 핸드폰이 울렸다. 대기업 회장이었다.
"셰프님, 계약서에 서명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제안이 더 있습니다. 우리 그룹의 글로벌 푸드 사업부 총괄을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연봉은 현재의 세 배, 지분 5%도 드리겠습니다."
주방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모두가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테이블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12명의 손님들, 내 인생의 증인들이 함께 웃고 있었다.
"죄송합니다만, 전 이미 새로운 회사를 시작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주머니에서 작은 명함을 꺼냈다. '마지막 식사 - 찾아가는 프라이빗 다이닝'. 내 이름도, 화려한 간판도, 미슐랭 스타도 없는 새 시작이었다. 요리사로서의 순수한 열정만을 담은 1인 회사. 대기업에 팔아넘긴 건 레스토랑이었지, 내 손끝에 새겨진 요리의 기억은 아니었다.
마지막 코스를 내보내며 말했다. "이제 진짜 요리를 시작할 시간입니다." 주방 불을 끄자, 어둠 속에서 칼날이 다시 한번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