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썸타기: 두 심장이 같은 리듬으로
그녀의 심장 소리가 들렸다. 러닝머신 위에서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그녀의 심장 박동이,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보다 더 선명하게 내 귀에 닿았다. 아니, 사실은 내 심장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헬스장 전면 거울에 비친 그녀를 바라볼 때마다 내 심장은 운동 강도와 무관하게 뛰기 시작했으니까.
"오늘도 10킬로미터 뛰시네요."
용기를 내어 건넨 말에 그녀는 이어폰을 빼며 미소를 지었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조차 아름다웠다.
"당신도 요즘 부쩍 열심이네요. 처음 왔을 때보다 많이 달라졌어요."
그녀가 내 변화를 알아봐 준 것은 3개월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매일 아침 알람을 맞추고, 출근 전 헬스장에 들러 그녀를 '우연히' 마주치기 위해 나는 습관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리고 정확히 23일 전, 처음으로 말을 건넸다.
운동기구를 옮기는데 도움이 필요하냐는 평범한 질문이었지만, 그것이 우리의 시작이었다. 이후 물 한 모금 건네고, 타올을 빌려주고, 운동 자세를 조언해주는 사소한 행동들이 이어졌다. 운동과 운동 사이의 짧은 대화는 점점 길어졌고, 단백질 쉐이크를 함께 마시는 시간으로 발전했다.
"오늘도 운동 끝나고 쉐이크 한잔 어때요?"
내 질문에 그녀는 물병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오늘은 저녁 약속이 있어서요. 다음에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녁 약속'이라는 세 단어가 내 머릿속에서 폭발했다. 누구와? 남자친구? 아니면 새로운 만남? 내가 생각했던 '우리'라는 관계는 내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것일까?
"그렇군요. 다음에요."
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내 러닝머신으로 돌아갔다. 속도를 평소보다 높게 설정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땀이 눈을 찔렀지만 닦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내 러닝머신 속도를 갑자기 낮췄다.
"이렇게 달리다간 심장에 무리가요."
그녀였다. 웃음기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저녁 약속은 PT 선생님과에요. 제 심박수가 운동할 때 너무 빨라진다고 해서 상담 받으려구요."
그녀의 말에 다시 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내일 아침에는 좀 더 일찍 올게요. 단백질 쉐이크 말고... 커피는 어때요?"
우리는 서로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달렸다. 러닝머신 위에서 같은 속도로, 같은 거리를. 우리의 썸타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두 심장이 같은 리듬으로 뛰기 시작한 그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