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무게, 아내의 빈자리
아령을 들어 올릴 때마다 고통과 함께 떠오르는 그녀의 얼굴. 헬스장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6개월 전보다 단단해졌지만, 그만큼 텅 비어 있었다. 운동은 내가 선택한 도피처였다. 아내가 떠난 후, 나는 그 빈자리를 단백질 보충제와 근육통으로 채우려 했다.
"오늘도 벤치프레스 자세가 흐트러졌네요. 어깨에 힘을 빼고 가슴으로 밀어올려야 해요." 트레이너의 조언이 귓가를 스쳤다. 그녀가 살아있을 때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당신, 항상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어. 좀 편안하게 살아도 돼." 땀에 젖은 티셔츠를 움켜쥐며 나는 다시 바벨 아래 누웠다.
의사는 그녀의 심장이 갑자기 멈춘 것이라고 했다. 아내는 항상 내게 함께 운동하자고 했었다. 하지만 나는 매번 회사 일을 핑계로 거절했다. 이제 와서 내가 하는 모든 스쿼트와 데드리프트는 그때 함께하지 않은 죄책감을 덜어내는 속죄의 의식 같았다.
헬스장 한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젊은 부부가 함께 운동하고 있었다. 남자가 여자의 허리를 잡아주며 스쿼트 자세를 교정해주는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나는 내 머릿속에 아내와 함께했을 미래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함께 늙어가며 서로의 몸을 지탱해주는 모습. 아내의 건강을 위해 내가 요리했을 식단들. 아침마다 함께했을 조깅.
스미스 머신 앞에서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10kg을 더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무게가 늘어날수록 내 가슴은 더 단단해질 테니까. 어쩌면 충분히 단단해지면 그녀를 잊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했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실로 향하는 길에 내 사물함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아내의 결혼반지였다. 장례식 날 나는 그녀의 반지를 내 사물함에 넣어두고 꺼내지 않았다. 반지를 집어들고 내 손가락에 끼워보았다. 당연히 들어가지 않았다. 운동으로 굵어진 손가락 때문이었다.
그날 저녁, 처음으로 헬스장을 찾지 않았다. 대신 아내가 좋아했던 공원에 가서 그녀가 항상 앉았던, 오리들이 모이는 호수가 보이는 벤치에 앉았다.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한동안 바라보았다. 아내는 내가 남들보다 두 배는 더 단단해지길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함께 있기를 원했을 뿐.
다음 날 아침, 알람이 울리자 나는 평소와 달리 운동복 대신 아내가 선물했던 달리기 신발을 꺼냈다. 처음으로 우리 집 근처 산책로를 달렸다. 무거운 바벨보다 더 큰 무게를 들고 있었던 내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날부터 나는 근육이 아닌, 아내가 남긴 추억을 키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