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유튜버와의 썸타기
구독자가 백만 명이 넘는 유튜버의 메시지는 내 휴대폰을 울리는 순간, 이미 나의 평범한 일상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내 콘텐츠에 당신이 필요해요." 단 한 문장으로 시작된 대화는 곧 매일 밤의 영상통화로 발전했다.
그는 화면 속에서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었다. 카메라 앞의 그는 자신감 넘치고 유쾌했지만, 나에게만 보여주는 얼굴은 상처받기 쉬운 연약함으로 가득했다. "난 진짜 내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아. 너만 빼고." 그 말에 나는 특별해진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우리는 정확히 썸이었다. 사귀는 것도, 그렇다고 그냥 친구도 아닌 그 위험한 경계선에서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그의 영상에는 종종 내가 추천한 책이 등장했고, 그가 언급한 카페는 내가 몰래 찾아가 그의 흔적을 느끼는 장소가 되었다. 구독자들은 그의 갑작스러운 취향 변화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오직 나만이 그 비밀을 알고 있었다.
"다음 영상에서 힌트를 줄게. 네가 좋아하는 그 노래 있잖아." 이런 식의 암호 같은 대화는 우리만의 은밀한 놀이였다. 내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 나는 이미 그의 콘텐츠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그날은 비가 내렸다. 카페에서 그를 처음 만나기로 한 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우산을 접으며 들어섰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나는 구석 자리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도 그는 오지 않았다. 대신 내 휴대폰에 한 통의 알림이 왔다.
"새 영상이 업로드되었습니다: '낯선 사람과의 썸타기 실험, 그 충격적인 결말'"
손가락이 떨리며 영상을 재생했다. 처음부터 모든 대화가 녹음되어 있었다. 내가 그에게 보낸 사진들, 우리의 은밀한 대화들, 심지어 내가 그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고르는 장면까지. 모든 것이 콘텐츠였다. 나는 그저 구독자 증가를 위한 실험 대상이었을 뿐.
댓글창은 이미 폭발하고 있었다. "OMG 이거 진짜 대박", "이 여자 완전 속았네 ㅋㅋㅋ", "다음 피해자는 누구?" 나는 화면 속에서 웃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여러분, 이게 바로 현대의 썸타기예요. 아무것도 진짜가 아닌 세상에서, 우리는 진짜 감정을 갈구하죠."
카페를 나서며 내 손에는 그를 위해 준비했던 작은 선물 상자가 있었다. 그 안에는 그가 절대 보지 못할 편지와 함께, 나도 몰래 그의 모든 메시지와 통화를 녹음해둔 USB가 있었다. 결국 우리 둘 다 같은 게임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나의 '유튜버와의 썸타기: 인플루언서를 조종하는 법' 시리즈는 내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