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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남편

이별의 남편: 돌아오지 않는 안녕

남편의 슬리퍼가 현관에 놓여있다. 3년 전 떠난 사람의 흔적이 아직도 그대로다. 나는 매일 아침 그것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치우지 않는 것은 내 선택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돌아올 자리를 비워두는 것, 혹은 그가 떠났다는 사실을 매일 아침 직시하는 것.

커피 한 잔을 내리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봄비가 내린다. 촉촉한 빗소리가 마치 누군가의 발자국처럼 들린다. 남편이 좋아했던 계절이 돌아왔다. 그는 항상 비 내리는 아침이면 커피를 들고 베란다에 서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곤 했다. "물방울마다 각자의 운명이 있어. 어떤 건 땅에 닿고, 어떤 건 창문에 매달려 있지. 우리도 그래, 지연아."라고 말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날도 비가 내렸다. 이별을 고한 날. 남편은 여행 가방 하나를 들고 현관에 서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었지만, 눈빛만은 달랐다. "미안해, 더 이상 나를 속일 수 없어."라는 말만 남긴 채 그는 떠났다. 비에 젖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무엇을 붙잡아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소파 밑에서 낡은 편지 한 장을 발견한 것은 그가 떠나고 6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사랑하는 지연에게'라고 시작하는 그 편지에는 그가 말하지 못했던 모든 진실이 담겨 있었다. 말기 암 진단을 받은 남편은 내가 그의 죽음을 지켜보는 고통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차라리 이별을 선택했던 것이다. "당신이 내 죽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절망에 잠기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어. 차라리 나를 미워하는 편이 당신에게 더 나을 거야."

그날 이후 나는 매일 그의 슬리퍼를 보며 아침을 시작한다. 미움과 사랑, 원망과 그리움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면서. 오늘 아침에는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낯선 도시의 병원에서 한 남자가 죽음을 맞이했고, 그의 소지품 중에 내 이름과 주소가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고 한다.

비가 그치고 창문에 맺혔던 물방울들이 하나둘 아래로 흘러내린다. 나는 현관으로 걸어가 조심스럽게 남편의 슬리퍼를 들어올린다. 그 아래에는 먼지 한 점 없이 깨끗한 자국이 남아있다. 마치 그 공간만은 시간이 멈춰 있었던 것처럼. 이제 나는 이 슬리퍼를 신발장에 넣을 준비가 되었다. 진짜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가. 모든 이별이 떠남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어떤 이별은 떠나는 사람에게도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