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뉴진스: 끝과 시작 사이에서
사랑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시작되는 것들이 있다. 그날 밤, 나는 삼 년간의 관계를 정리한 채 텅 빈 아파트에 홀로 남겨졌다. 창밖으로 흘러나오는 3월의 차가운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적막을 채웠다. 그때 무심코 켠 라디오에서 뉴진스의 'Hype Boy'가 흘러나왔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경쾌한 멜로디였을 뿐인데, 지금은 한 음절 한 음절이 가슴을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주은과 처음 만난 곳도 음악이 있는 공간이었다. 인디 밴드의 소규모 공연장. 그곳에서 우연히 부딪힌 어깨, 쏟아진 맥주, 당황한 사과. 너무나 클리셰 같은 첫 만남이었지만, 우리는 그 순간을 '우리만의 시작'이라고 부르며 특별하게 여겼다. 그 후 세 번의 봄, 세 번의 여름, 세 번의 가을, 그리고 마지막 겨울을 맞이했다.
베이지색 벽에 걸린 영화 포스터들, 작은 책장에 빼곡히 꽂힌 책들, 창가에 놓인 미니 선인장—이 모든 것들이 이제는 절반만 남아 있었다. 거실 한쪽에 아직도 포장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음악 스피커는 크리스마스에 그녀가 준 선물이었다. "너의 음악 취향은 너무 올드해. 이젠 뉴진스처럼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야." 그날 그녀의 장난스런 웃음이 귓가에 맴돌았다.
손에 쥔 스마트폰에는 아직 우리의 마지막 대화가 남아있었다. "우리 이별은 새로운 시작이야. 이것이 뉴진스." 마지막 문자에 담긴 그녀의 말은 이제야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은 마치 오래된 청바지를 벗고 새 청바지로 갈아입는 것처럼 간단하게 관계를 정리하는 것처럼 들렸지만, 실은 그 속에 더 깊은 의미가 있었다.
떠난 사람의 흔적을 정리하다 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책장에 꽂힌 책 사이에서 그녀가 몰래 끼워놓은 메모들, 거울 뒤에 붙어있던 작은 스티커, 서랍 깊숙이 숨겨둔 생일 선물. 이별 후에야 비로소 보이는 사랑의 흔적들이었다.
라디오에서는 이제 뉴진스의 'Attention'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노래를 들으며 문득 깨달았다. 이별은 단절이 아니라 변환이라는 것을. 그동안 우리가 함께 만들어온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고, 다만 그 형태가 바뀔 뿐이라는 것을. 마치 오래된 청바지가 새 청바지로 바뀌듯, 이제 우리의 사랑은 추억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존재하게 된 것이다.
창밖의 비가 그치고, 어느새 새벽의 빛이 조금씩 방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텅 빈 아파트에 혼자 남겨진 나는 처음으로 웃음을 지었다. 주은이 말했던 뉴진스는 사실 '새로운 청바지'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했던 것이다. 이별 후의 삶이란, 결국 자신만의 새로운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나는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비 갠 후의 새벽 공기가 상쾌하게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문득 알게 되었다. 모든 이별의 끝에는 항상 새로운 비트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