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다이어트: 마음의 체중계
그날 아침, 나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몸무게보다 무거운 상실감을 마주했다. 헤어짐이라는 것은 몸무게처럼 수치화할 수 없지만, 둘 다 지나친 집착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의 마지막 문자가 도착한 순간, 나는 체중계 위에 서 있었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숫자는 깜빡이며 멈췄고,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건 그가 내게 "살 좀 빼지 그래?"라고 물었을 때였다. 사랑이 식어가는 줄도 모르고, 나는 그의 말 한마디에 당근주스와 단백질 쉐이크로 위장을 채웠다. 매일 밤 굶주림에 뒤척이며, 아침마다 체중계 위에서 0.1kg의 차이에 일희일비했다. 그가 좋아할까 하는 마음에 살을 깎아내듯 식사를 줄였지만, 결국 그가 마음을 돌리기엔 충분치 않았나 보다.
헤어진 첫 주, 나는 미친듯이 먹었다. 초콜릿 케이크, 치즈버거, 라면... 버려진 슬픔을 음식으로 채우려 했다. 몸무게는 다시 올라갔고,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그가 가벼워진 건 내 몸이 아니라 나에 대한 마음이었다는 것을.
두 번째 주, 나는 미친듯이 운동했다. 땀을 흘리며 달리는 동안, 그와의 추억들이 한 장씩 떨어져나갔다. 운동 후 샤워를 하는 동안 흘리는 눈물은 물방울 속에 숨겨졌다. 그렇게 3kg이 빠졌다. 몸무게가 줄어드는 것보다, 마음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서서히 배워갔다.
한 달 후, 우연히 거리에서 그를 마주쳤다. 그의 손에는 내가 좋아하던 것과 같은 아이스크림이, 그리고 옆에는 새로운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나보다 통통했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그가 나를 떠난 이유는 내 체중이 아니었다는 것을. 사랑은 숫자로 측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나는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오르지 않는다. 대신 창문을 열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신다. 간혹 그와의 추억이 떠오를 때면, 그것을 맛있는 음식처럼 음미하다가 조용히 삼킨다. 가끔은 그리움의 칼로리가 실제보다 높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제는 안다. 진정한 '이별 다이어트'란 상대방이 아닌 나를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는 것을.
어제는 오랜만에 거울을 바라보았다. 눈가의 주름과 미소가 더 깊어진 것 같았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이별 후 내가 잃은 것은 몇 킬로그램의 지방이 아니라, 나를 옭아매던 누군가의 시선이었다. 정작 진짜 빼야 했던 건 살이 아니라, 내가 바라던 사랑이 아닌 관계의 무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