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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데이트

이별 데이트: 마지막 순간의 아름다움

"이별하는 날, 우리는 처음 만났던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카페 창가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며 창밖으로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봤다. 봄이 한창인 거리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우리에겐 마지막 데이트였다.

문이 열리고 그녀가 들어왔다. 빛나는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3년 전 처음 만났을 때처럼 환하게 웃었다. 그 미소가 가슴을 저몄다. 이별을 위한 데이트라니, 얼마나 모순된 표현인가.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정했다. 서로를 미워하며 끝내기보다 아름다운 추억을 하나 더 만들자고.

"오래 기다렸어?" 그녀의 목소리에선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첫 데이트 때 주문했던 것과 똑같은 음료를 시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딸기 프라페. 그녀는 여전히 달콤한 것을 좋아했다.

한강 공원을 걸으며 우리는 함께했던 시간들을 이야기했다. 손을 잡지는 않았지만, 걷는 보폭은 자연스레 맞춰졌다. 강물에 비친 햇살이 반짝이는 동안, 우리가 함께 웃고 울었던 순간들이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바람에 섞여 귓가를 맴돌았다.

"결국 사랑보다 현실이 이기는 거구나." 그녀가 벤치에 앉아 말했다. 해외 발령과 서로의 꿈을 위한 선택이었다. 아무도 잘못한 것은 없었다. 다만 우리의 길이 달랐을 뿐.

저녁은 우리가 처음 고백했던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촛불이 흔들리는 테이블 위로 와인 잔을 부딪혔다. "좋은 추억을 고마워." 그녀의 눈에 맺힌 물기가 촛불에 반사되어 빛났다. 아,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무겁게 느껴질 줄 몰랐다.

밤이 깊어질수록 우리의 대화는 더 솔직해졌다. 서로의 잘못을 탓하지 않고, 앞으로의 행복을 빌어주었다. 그녀가 내게 마지막 선물을 건넸다. 작은 상자 안에는 우리가 함께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들과 그녀의 글이 담겨 있었다.

"우리 여기서 헤어질까?" 그녀의 집 근처 버스정류장.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나눠 쓰자는 제안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각자의 하늘 아래 서야 할 때였으니까.

마지막 포옹을 나눴다. 그녀의 향기, 체온, 심장 박동까지 기억하려 노력했다. "행복해," 내가 말했다. "너도," 그녀가 답했다. 버스가 오고 그녀는 돌아섰다. 비에 젖은 그녀의 뒷모습이 버스 불빛에 실루엣처럼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 빗물에 번진 도시의 네온사인들이 유독 선명하게 보였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아프면서도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헤어짐을 위해 만난 우리의 마지막 데이트는 어쩌면 가장 진실된 사랑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이별조차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었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