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소개팅: 마지막 첫만남
"당신도 누군가와 이별 후 서로에게 한 번의 소개팅을 하기로 약속한 적 있습니까?"
앱에서 본 이 기묘한 광고 문구를 처음 봤을 때 웃음이 나왔다. 헤어진 연인들이 서로에게 새 인연을 소개해준다니. 그런데 지금, 카페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은 웃고 있지 않았다. 손목시계는 2시 5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3시, 정확히 우리가 5년 전 처음 만났던 시간이었다.
민지가 내게 소개해준 남자는 3시 정각에 나타났다. 그녀의 대학 동기라고 했다. 넓은 어깨, 단정한 옷차림, 특히 웃을 때 살짝 드러나는 보조개는 민지의 취향이 엿보였다. 왠지 모를 서러움이 목구멍을 간질였다.
"정현씨죠? 저 김태우입니다." 그가 내민 손을 잡는 순간, 커피 향과 함께 민지가 좋아하던 향수 냄새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그에게 선물했을까? 혹은 그의 취향이 우연히 민지와 비슷한 걸까?
"민지에게 많이 들었어요. 사진보다 더 예쁘시네요."
그의 말에 멋쩍게 웃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뜨겁게 목을 타고 내려가는 액체가 마음의 떨림을 조금은 가라앉혔다. 창 밖으로는 민지가 좋아하던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참, 이거 민지가 전해달래요."
태우가 작은 봉투를 건넸다. 떨리는 손으로 열어보니 우리가 함께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과 쪽지가 들어있었다.
'정현아, 내가 소개해준 태우는 어때? 내 생각엔 너랑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 그는 너처럼 밤하늘의 별을 좋아하고, 네가 싫어하는 토마토도 싫어해. 우리가 헤어진 건 서로 맞지 않아서였지만, 너에게 맞는 사람은 분명 있을 거야. 태우가 그 사람이면 좋겠다.'
폴라로이드 뒷면에는 이상하게도 카페 외부 사진이 붙어 있었다. 공교롭게도 지금 우리가 앉아있는 창가 자리가 보이는 각도였다.
"저기요, 혹시..." 고개를 들자 태우는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니 건너편 카페에 민지가 앉아 있었다. 그녀도 누군가와 자리했다. 아마 내가 그녀에게 소개한 윤서일 것이다.
태우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에는 이해와 공감이 담겨 있었다.
"민지가 윤서를 소개받았네요. 윤서는 제 전 여자친구예요."
세상이 멈춘 듯한 침묵 후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아마 저쪽 테이블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이별이 우리에게 준 마지막 선물은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시작이었다. 우리의 손이 테이블 위에서 조심스럽게 맞닿았을 때, 바깥의 벚꽃은 더욱 화려하게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