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소설: 빈 페이지를 채우는 방법
타이핑 소리가 방 안에 메아리쳤다. 그녀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춤을 추는 동안, 그녀의 마음은 한참 멀리 그날 밤에 머물러 있었다. 사랑했던 모든 것이 종이가 되어 바람에 흩어진 그날 밤에.
"당신을 소설로 쓰고 있어요." 민지는 마지막 만남에서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진실은 그보다 복잡했다. 그녀는 이별을 소설로 쓰고 있었다. 그들의 이별을.
커서가 깜빡이는 화면 위에 그녀의 눈물이 떨어졌다. 모니터에 맺힌 물방울이 글자들을 일그러뜨렸다. 세 번째 장의 열여덟 번째 페이지, 그녀는 주인공이 떠나는 장면을 쓰려고 했지만,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창밖으로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그녀가 작성하지 못한 문장들의 공백을 채웠다. 뜨거운 커피 한 잔이 이미 식어버린 지 오래였다. 커피 표면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낯설었다.
"이별을 글로 쓰면 현실이 되어버릴까 봐 두려워." 민지는 에디터에게 보낸 이메일에 그렇게 적었다. 마감일은 내일이었다.
책장에 꽂힌 그의 소설책들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사랑과 이별의 경계는 한 문장의 차이야." 작가였던 그는 항상 그런 말을 했다. 민지는 그 말이 이제야 이해됐다.
화면으로 돌아와 그녀는 타이핑을 시작했다.
"그는 떠났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내 안에 남았다. 나는 그의 부재를 글자로 채웠다. 문장으로 이어 붙였다. 챕터로 분류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완성했다. 완벽한 이별 소설."
그녀는 글을 저장하고 창문을 열었다. 비 내음이 방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뺨을 스쳤다. 마치 그의 손길처럼.
다음 날, 그녀의 에디터는 메일을 보냈다. "당신의 소설은 이별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사랑 고백이군요."
민지는 웃었다. 그녀는 실패했다. 이별을 쓰려 했지만, 결국 사랑을 썼다. 어쩌면 진짜 그를 보낼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인지도 몰랐다. 아니면 어쩌면, 글 속에서만큼은 그들의 이야기가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날 저녁, 출판사로부터 온 계약서를 앞에 두고 민지는 펜을 들었다. 소설 제목을 확정하는 란에 그녀는 천천히 적었다. "이별하는 법에 관하여." 모든 이별은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이제 막 새 페이지를 펼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