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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여사친

화분의 비밀: 이별의 여사친

벽에 걸린 시계가 자정을 가리켰을 때, 서진의 휴대폰에 알림이 울렸다. 그녀의 메시지였다. "화분 좀 부탁해도 될까?" 민호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3년 전 이별 후 처음으로 온 연락이었다.

"그냥 여사친이라고 생각해." 그녀가 말했었다. 이별 직후였다. 민호는 그때 그 말이 얼마나 잔인한지 몰랐다. 사랑했던 사람이 갑자기 '그냥 친구'가 된다는 것. 꽃잎이 모두 떨어진 가지처럼 민호의 마음은 앙상했다.

다음 날, 그녀는 민호의 집 앞에 나타났다. 손에는 작은 선인장 화분을 들고 있었다. "여행 좀 다녀와. 한 달 정도." 그녀의 목소리는 예전과 달리 담담했다. 민호는 선인장을 받아들며 그녀의 눈을 피했다. 물 한 번만 주면 된다고 했다. 그저 그것뿐이었다.

일주일이 지났다. 밤마다 민호는 그 선인장을 바라보았다. 왜 하필 나에게 맡겼을까. 그녀에겐 수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더 가까운 '여사친'들도. 어느 날 우연히 화분을 들어올렸을 때, 민호는 밑바닥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가벼운 충동으로 그는 화분 밑을 뒤집어보았다.

작은 종이가 테이프로 붙어있었다. 조심스레 펼쳐보니 열쇠 하나가 나왔다. 그리고 쪽지. "우리 옛날 집 창고. 궁금하면 와봐." 민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다음 날, 민호는 그들이 함께 살았던 아파트로 향했다. 아직 새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은 듯했다. 열쇠로 창고를 열자 그 안에는 상자 하나가 놓여있었다. 그 안에는 민호가 그녀에게 썼던 편지들, 영화 티켓, 그리고 함께 찍은 사진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맨 위에는 봉투 하나.

"미안해. 나는 내가 얼마나 널 사랑했는지 이별 후에야 알게 됐어. 하지만 네가 새 삶을 살고 있다면, 이건 그냥 '여사친'의 못난 고백으로 생각해줘." 편지의 마지막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오늘로부터 정확히 1년 전이었다.

민호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만 길게 이어졌다.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녀의 SNS는 1년 전부터 업데이트가 멈춰 있었다.

한 달 후, 민호는 선인장의 주인을 기다리며 창가에 앉아있었다. 그때 도착한 택배 상자. 발신인은 그녀의 어머니였다. 상자 안에는 그녀의 일기장과 짧은 편지가 들어있었다. "딸이 1년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지막 소원이 당신에게 이것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창가의 선인장은 꽃을 피웠다. 민호는 그제야 알았다. 그녀가 말한 '여사친'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패가 아니라, 그를 놓지 않기 위한 마지막 끈이었음을. 이별했지만 결코 떠나지 못했던 그녀의 마음이, 작은 선인장 속에 숨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