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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여친

이별의 여친: 사라진 너를 기다리며

그녀는 내 침대 끝에 앉아 있었지만, 이미 떠난 사람 같았다.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차가운 새벽빛이 그녀의 뒷모습을 희미하게 그렸다. 어젯밤 우리가 나눈 마지막 대화가 아직도 공기 중에 맴돌고 있었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그녀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평온했다. 그 순간 내 심장이 어떻게 멈췄는지 모를 거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그녀의 결정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내려졌는지를. 내게 말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지를.

발끝에 놓인 작은 가방에 그녀의 물건들이 단정히 정리되어 있었다. 일 년 반 동안 내 공간에 서서히 침투했던 그녀의 흔적들이 한 순간에 정리된 게 신기했다. 칫솔, 향수, 내 티셔츠 위에 늘 걸쳐두던 그녀의 카디건. 이제 모든 것이 그 작은 가방 속으로 사라졌다.

"미안해." 내가 말했다. 그것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사실 우리 둘 다 알고 있었다. 이별은 오래전부터 작은 불씨처럼 우리 사이에서 타오르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도시가 깨어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새벽 쓰레기 수거차 소리,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의 발걸음, 멀리서 들려오는 기차 소리. 모든 것이 평범한 아침처럼 들렸지만, 내게는 세상의 마지막 소리처럼 느껴졌다.

"나 이제 진짜 갈게." 그녀가 말했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가방을 들었다. 문으로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천 번은 봤을 뒷모습인데, 이번엔 달랐다. 마치 내가 처음 본 여자처럼.

문이 닫히고 발소리가 계단을 따라 멀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아래층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 모든 게 끝났다.

이상한 것은, 그날 이후로 그녀가 내 집에 출몰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물리적으로가 아니라 기억의 형태로. 부엌에서 커피를 마시는 그녀, 소파에서 책을 읽는 그녀, 창가에 서서 비를 바라보는 그녀. 그녀는 떠났지만, 동시에 여기 있었다.

일주일 후, 나는 빈 냉장고를 열었다가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그녀가 항상 숨겨두던 초콜릿 한 조각이 문 뒤에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기분 안 좋을 때 먹어'라는 쪽지와 함께.

이별 후에도 여전히 내 삶에 남아있는 그녀의 흔적들. 그것이 아이러니했다. 그녀는 이제 이별한 여친이지만, 어쩌면 그 누구보다 내 곁에 가깝게 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실제 존재보다 기억 속의 사람이 더 선명하게 우리 곁에 남는다는 것을, 이별은 끝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