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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직장

이별의 직장: 우리는 그렇게 작별했다

나는 사람들이 떠나가는 회사에서 일한다. 우리는 그것을 '정리해고'라고 부르지만, 내 직함은 '인사 전환 전문가'다. 아름다운 단어들로 포장된 이별 통보자. 내 책상 서랍에는 해고된 직원들이 두고 간 작은 물건들이 가득하다. 커피 머그잔, 가족사진, 마음에 들어 구입했던 볼펜들. 그들이 돌아올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

"오늘은 37명입니다." 부장의 차가운 목소리가 회의실에 울렸다. 나는 목록을 받아들며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을 무시하려 애썼다. 종이 위에 인쇄된 이름들은 곧 '전 직원'이 될 사람들의 것이었다. 나는 매일 아침 얼굴을 마주치던, 복도에서 웃으며 인사하던 사람들에게 이별을 고하는 역할을 맡은 사형집행인이었다.

오후 2시, 김지영 대리가 내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그녀의 불안한 표정이 보였다. 그녀는 열흘 전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뜬 목소리로 전했던 여성이었다. 내 책상 위에는 그녀의 이름이 적힌 서류가 놓여있었다.

"들어오세요." 내 목소리는 훈련된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지영은 의자에 앉으며 무언가를 직감한 듯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이별의 냄새를 맡은 것일까.

"회사의 구조조정 결정에 따라..."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마치 녹음된 테이프처럼 기계적이었다. 빛바랜 대본을 읽는 배우처럼. 지영의 눈에서 빛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꽉 쥐었다. 화면에는 갓난아이의 사진이 보였다.

"그럼 오늘이 마지막 날인가요?" 그녀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담담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침에 따라 퇴직 절차와 위로금에 대해 설명했다. 형식적인 위로의 말들. 그리고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개인 물품을 정리할 시간을 주었다.

그날 밤, 사무실은 텅 비었다. 나는 37개의 빈 책상을 바라보았다. 흩어진 포스트잇, 반쯤 마신 물병들, 달력에 동그라미 쳐진 미래의 약속들. 지영의 책상 서랍에서 작은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아기 이름 후보: 민서, 지우, 하은...' 그녀가 직장에서 꿈꾸던 미래였다.

다음 날 아침, 내 책상 위에는 사직서가 놓여있었다. 내가 쓴 것이다. 회사는 또 다른 '인사 전환 전문가'를 채용할 것이다. 어쩌면 그 사람은 나보다 더 능숙하게 이별을 고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이별을 통보하는 직장에서 일할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생각했다. 가장 잔인한 이별은 어쩌면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숫자로 환산된 가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