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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출근

이별 출근: 마지막 정류장

오늘은 당신과의 이별을 위해 출근하는 날이다. 넥타이를 매는 손이 떨렸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오늘만큼은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아침 7시 23분, 언제나처럼 현관문을 열었다. 당신이 좋아하던 커피 향이 아직 집 안에 맴돌고 있었다. 그 향기가 내 폐 속으로 스며들 때마다 숨을 쉬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집 안을 둘러보았다. 당신의 흔적이 묻어 있는 소파, 우리가 함께 고른 커튼, 당신이 읽다 만 책.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지만, 당신만 없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이 정류장에서 당신을 처음 만났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나눠 쓰자며 다가왔던 당신. 그때는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출근길에 만난 인연이 이렇게 끝날 줄은.

평소와 같은 버스, 평소와 같은 자리에 앉았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은 매일 보던 것과 똑같았지만, 내 눈에는 전혀 다르게 보였다. 마치 흑백 필름 속 세상처럼.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당신이 항상 앉던 자리. 몇 달 전부터 비어 있는 그 자리를 아직도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는다.

회사 앞 커피숍에 들렀다. 바리스타가 평소처럼 물었다. "아메리카노 두 잔이요?" 목이 메었다. "아니요, 오늘부터는 한 잔만 주세요." 그제서야 현실이 되었다. 이별이라는 단어가 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사무실 문을 열었다. 동료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인사를 건넸다. 아무도 모른다. 내가 오늘 당신과 완전히 이별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책상 서랍을 열었다. 당신의 사진, 당신이 준 편지, 우리의 추억이 담긴 작은 소품들을 하나씩 상자에 담았다.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지만, 얼굴에는 미소를 띠웠다.

점심시간, 당신이 좋아하던 레스토랑을 지나쳤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우리가 앉던 자리에 새로운 연인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행복해 보였다. 문득 궁금해졌다. 당신도 지금 행복한지. 3개월 전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 후, 당신은 해외로 떠났다. 연락은 끊겼고, 남은 건 습관뿐이었다.

퇴근 시간, 책상 위 달력에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를 쳤다. 오늘부터 당신 없는 일상을 정식으로 시작하는 날. 상자를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버스 정류장 옆 쓰레기통에 상자를 버렸다. 이제 정말 끝이다.

다음 날 아침, 알람이 울렸다. 평소와 같은 시간이지만, 뭔가 달랐다. 넥타이를 매는 손이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오늘은 나만을 위해 출근하는 첫날이다. 현관문을 닫으며 깨달았다. 때로는 이별도 출근처럼 매일 해야 하는 것.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그렇게 언젠가는 익숙해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