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취업 공고: 떠날 시간입니다
아침 메일함에 도착한 취업 제안은 내 앞으로 더 이상 네가 없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이별 통지서와 같았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462km의 거리는 우리 사이에 놓일 모든 것들의 시작일 뿐이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지," 나는 그렇게 말했고, 네 눈에는 무언가가 꺼져갔다. 창밖으로 내리는 봄비처럼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꿈꿔왔던 회사의 면접장에 앉아 내 스펙을 열거하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우리의 기억들이 슬라이드쇼처럼 넘어갔다. 우리가 처음 만난 대학 도서관의 먼지 냄새, 너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던 한강 공원의 바람, 마지막 밤 네 어깨에서 느껴지던 떨림. 면접관이 "왜 제주도 지사를 선택하셨나요?"라고 물었을 때, 나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요"라고 대답했다. 그것은 반쪽짜리 진실이었다.
합격 통지를 받던 날, 나는 네게 전화를 걸었다. 네 목소리는 어느새 낯설어져 있었다. 통화 내내 우리는 날씨와 일상에 대해 이야기했고, 정작 하고 싶은 말은 하지 못했다. 내가 제주도로 떠나기 전날 밤, 너는 마지막으로 찾아왔다. 네 손에는 작은 선물 상자가 들려 있었다.
"열어보지 마. 제주도에 도착해서 열어."
비행기에서 내려 제주의 공기를 마시며 나는 그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작은 모래시계와 쪽지 한 장이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우리도 각자의 길을 가야 할 때가 오는 것 같아. 네가 꿈꾸던 일을 하며 행복했으면 해.'
첫 출근 날, 사무실 창문으로 보이는 제주의 바다는 서울에서 본 한강과는 다른 색깔이었다. 코끝에 닿는 소금기 섞인 바람은 낯설었지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같았다.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내 자리에 앉았다. 책상 위에 모래시계를 올려놓으며 나는 생각했다. 이별과 취업, 두 가지 큰 변화가 내 인생에 동시에 찾아왔다는 것을.
그날 밤, 에어컨 소리만 울려퍼지는 원룸에서 나는 네게 문자를 썼다가 지웠다. 다시 썼다가 또 지웠다. 결국 아무것도 보내지 않은 채 잠들었다. 꿈에서 나는 모래시계를 뒤집었고, 모래가 다 떨어졌을 때 눈을 떴다. 창밖으로 제주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가끔은 내가 옳은 선택을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무실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네가 내게 준 모래시계를 바라볼 때마다, 나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쩌면 이별은 내가 찾던 취업만큼이나 내게 필요했던 성장의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