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귀신: 내 인생의 초자연적 코치
죽은 사람들은 자기계발에 열광한다는 것을 아무도 내게 말해준 적 없었다. 첫 번째 만남은 책상 위에 '인생을 바꾸는 습관의 힘'이라는 자기계발서가 그려놓은 커피 자국 위에서 일어났다. 몽글몽글한 흰 연기처럼 그가 나타났을 때, 나는 처음엔 커피 스팀이라고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박지훈 씨. 저는 당신의 자기계발 가이드 정민수입니다. 죽은 지 5년 됐습니다만, 살아있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지요."
커피가 식어가는 동안 그는 자신이 생전에 자기계발에 미쳐있던 워커홀릭이었으나, 서른아홉에 과로로 죽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금은 상위 1% 성과를 내던 정신으로 사후세계의 '목표달성 전문 귀신'이 되었다고 했다.
"당신 같은 잠재력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니, 뭔가 도움이 필요해 보이더군요. 특히 그 '습관의 힘'은 3장까지만 읽고 책갈피로 쓰고 계시더군요."
그의 목소리는 라디오 주파수가 살짝 어긋난 것처럼 울렸다. 창백한 얼굴에는 검은 다크서클이 마치 영원의 상징처럼 새겨져 있었다. 그는 내 방 곳곳에 붙어있는 포스트잇들—'아침 6시 기상', '하루 영어 50문장', '주 3회 운동'—을 가리키며 씁쓸하게 웃었다.
"계획은 완벽한데 실천이 문제군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처음엔 그를 무시하려 했다. 하지만 귀신 정민수는 사라지지 않았다. 아침에 알람을 끄고 뒤척이면 차가운 기운이 이불을 확 젖혔고, 넷플릭스를 3시간째 보고 있으면 TV가 갑자기 자기계발 유튜브 채널로 바뀌었다. 한번은 약속한 운동을 안 하고 있었더니 내 운동화가 혼자 걸어와 발 앞에 섰다.
"자기계발의 핵심은 지속성입니다. 죽음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죠. 저는 시간이 많으니까요."
한 달이 지났을 때, 나는 그의 존재에 익숙해졌다. 아침 명상을 하면 그가 옆에 떠 있었고, 영어 공부를 하면 영국 억양으로 발음을 교정해주었다. 가끔은 그가 살아있을 때 쓴 일기를 들려주었다. 모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다가 결국 심장이 멈췄다는 이야기, 이루고 싶었지만 결국 못 이룬 꿈들에 대한 후회.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다가 정작 삶을 놓치지 마세요. 습관은 중요하지만, 그 습관이 당신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알아야 해요."
어느 날 아침, 그가 사라졌다. 책상 위에는 내가 쓴 감사일기장이 펼쳐져 있었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그의 필체로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진정한 자기계발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나는 그걸 죽고 나서야 깨달았지만, 당신은 살아있을 때 깨달을 수 있기를. —정민수 드림. P.S. 가끔 커피 위에 얼굴 비추는 거 잊지 않을게요."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나는 오늘도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눈을 감자 희미하게 차가운 기운이 어깨를 감싸는 것 같다. 어쩌면 정민수는 아직도 곁에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떠난 후에도, 나는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 달리기를 한다. 다만 이제는 목표 때문이 아니라, 그저 달리는 것이 좋아서. 가끔 뜨거운 커피를 마시다 보면, 흰 연기 속에서 미소 짓는 얼굴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