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서재: 자기계발이 진정 필요한 사람
아버지의 책상 서랍에서 발견한 노트에는 단 한 문장만이 적혀 있었다. "오늘도 나는 더 나은 아버지가 되지 못했다." 같은 문장이 날짜만 바뀐 채 수백 번 반복되어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정리하던 서재는 자기계발서로 가득했다. 「인생을 바꾸는 5분의 기적」,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당신 안의 잠재력을 깨워라」... 책장을 가득 메운 자기계발서들은 형형색색의 포스트잇과 밑줄, 메모로 빼곡했다. 책갈피와 접힌 모서리가 말해주는 반복 독서의 흔적. 아버지는 이 모든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어린 시절, 나는 아버지가 서재에 틀어박혀 있는 동안 엄마와 둘이 저녁을 먹곤 했다. "아빠는 중요한 공부를 하고 있어." 엄마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가끔 문틈으로 들여다보면 아버지는 그저 책을 읽거나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중요한 공부라기보다는 혼자만의 의식 같았다.
이제야 깨닫는다. 아버지의 자기계발은 우리 가족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에서 우리 가족과의 시간은 점점 줄어갔다. 더 나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아버지는 아버지로서의 현재를 놓치고 있었다.
서재 구석에서 발견한 낡은 녹음기에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오늘은 '효과적인 부모 되기'라는 책의 3장을 실천해봤다. 아이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그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으려 했지만..." 아버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물었을 때 아이는 그저 '몰라요'라고만 대답했다. 책에서는 이런 경우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다."
무거운 마음으로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엄마, 아빠의 자기계발서들을 정리하고 있어요. 이렇게 많은 책이 있었는지 몰랐어요." 잠시 침묵 후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아버지는 완벽한 사람이 되려고 너무 애쓴 사람이었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저 함께하는 시간이었는데..."
서재를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책상 위에 놓인 가장 최근의 책을 집어들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첫 페이지에 아버지의 마지막 메모가 적혀 있었다.
"모든 자기계발의 끝에서 깨달았다. 내가 발전시켜야 할 것은 성공 기술이나 생산성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 아이의 눈을 바라보는 능력이었다."
아버지의 서재를 나서며, 나는 문득 내 아이들이 놀고 있는 거실로 향했다. 오늘은 예정된 자기계발 세미나를 취소하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이, 아버지가 그토록 찾던 답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