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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회사

자기계발의 이면: 회사가 만든 환상

민준은 '성공을 향한 100일 프로젝트'라는 자기계발서를 손에 든 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책갈피가 꽂힌 76페이지에는 빨간 펜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당신의 한계는 당신의 생각이 만든 것일 뿐이다." 그는 이 문장을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세 번씩 되뇌었다.

회사 로비에 들어서자 'Innovation & Growth'라는 대형 현수막이 그를 맞이했다. 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이달의 목표 달성률과 함께 부서별 순위가 적혀 있었다. 민준의 부서는 9위, 총 10개 부서 중. 그의 위장이 미세하게 조여왔다.

"민준 씨, 자기계발서 또 읽고 있네?" 상무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민준은 화들짝 놀라 몸을 돌렸다. "네,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법에 관한 책입니다." 그가 재빨리 대답했다.

상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그 열정,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해. 그런데 요즘 자네 성과가 조금..." 말끝을 흐리며 그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 "더 노력해보게. 자기계발은 결국 회사 발전에 기여할 때 가치가 있는 거니까."

그날 밤, 민준은 책상 앞에 앉아 자신의 '성공 일지'를 펼쳤다. 66일째, 그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명상하고, 영어 단어 20개를 외우고, 업무 관련 책을 30분 읽는 루틴을 철저히 지켜왔다. 하지만 그의 인사평가 점수는 여전히 B0에서 올라가지 않았다.

커피잔 옆에는 회사에서 무료로 나눠준 '직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 안내문이 놓여 있었다. 모든 교육은 퇴근 후나 주말에 진행되었다. "당신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입니다."라는 슬로건이 눈에 들어왔다.

민준은 갑자기 자신의 서재를 둘러보았다. 책장은 '성공', '리더십', '혁신'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책들로 가득했다. 그는 문득 언제부터 자기계발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를 위한 것이 되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 수많은 빌딩의 창문에서도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수천 명의 직장인들. 그들도 모두 자신처럼 더 나은 자아를 위해서가 아닌, 더 나은 '회사의 자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일까?

민준은 그날 처음으로 자기계발서를 덮고 오래된 소설책을 집어 들었다.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그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감각을 느꼈다. 그것은 회사의 성과 평가표에는 결코 측정되지 않을 무언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