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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노래

자매의 노래: 침묵 속에 흐르는 선율

귓가에 울리는 언니의 노래가 끊긴 건 정확히 453일 전이었다. 나는 그날의 날씨까지 기억한다. 회색빛 하늘이 우리 집 위로 무겁게 내려앉았고,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언니의 마지막 노랫소리를 삼켜버렸다.

"소연아, 이번에는 너도 같이 불러볼래?" 언니가 마지막으로 내게 건넸던 말이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항상 그랬듯이. 내 목소리는 언니의 맑고 투명한 음색과는 달랐다. 거칠고 낮은, 노래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목소리라고 스스로 결정해버린 나였다.

언니의 장례식 날, 하얀 국화 냄새가 진동하는 예배당에서 모두가 나를 바라봤다. "소연이가 언니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면 어떨까..." 누군가의 제안에 내 심장은 얼어붙었다. 목에 무언가가 걸린 듯 숨이 막혔다. 결국 다른 사람이 노래를 불렀고, 나는 가장 뒷자리에서 고개를 숙인 채 무음의 공간에 갇혀 있었다.

오늘도 언니의 방에 들어간다. 453일 동안 열지 않았던 방이다. 먼지 쌓인 피아노 위에는 언니가 마지막으로 연습했던 악보가 여전히 펼쳐져 있다. '두 자매를 위한 소나타'. 언니가 직접 작곡한 곡이었다. 나는 노랗게 변색된 악보를 조심스럽게 만진다. 손가락이 닿은 자리에 먼지가 살짝 올라온다.

피아노 의자에 앉아 첫 음을 누르자 낡은 피아노에서 약간 탁한 소리가 난다. 그래도 의외로 음정은 제대로다. 언니가 늘 말했던 것처럼, 오래된 것일수록 더 깊은 울림이 있다. 손가락이 건반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언니가 만든 선율이 453일 만에 다시 방 안을 채운다.

그리고 무심코, 내 입술이 움직인다. 처음에는 허밍으로, 그다음에는 작은 목소리로. 내 목소리는 예상과 달리 피아노 소리와 어우러져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거칠지만 진실된, 투명하지는 않지만 깊이 있는 소리.

"소연아, 이번에는 너도 같이 불러볼래?" 언니의 목소리가 마치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것 같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노래를 부르면서 우는 것은 처음이다. 목소리가 떨리고, 음정은 종종 빗나간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언니와 내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 순간의 하모니를 끝까지 완성하고 싶다.

곡이 끝나자 갑자기 창문 너머로 햇살이 쏟아진다. 453일 만의 맑은 하늘이다. 언니의 사진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이제는 안다. 노래는 완벽한 음색이나 기교가 아니라, 마음을 전하는 또 다른 언어라는 것을. 그리고 자매의 연결은 죽음으로도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방을 나서며 허밍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의 노래는 이제 막 시작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