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의 로맨스: 우리가 사랑한 같은 사람
그녀가 죽은 자매의 일기장을 발견한 건 이사 짐을 정리하던 날이었다. 수연은 언니 수미의 낡은 책꽂이 뒤에서 우연히 발견한 자물쇠 달린 일기장을 손에 쥐고 한참을 망설였다. 2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난 언니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것은 배신처럼 느껴졌지만, 손가락은 이미 자물쇠를 풀고 있었다.
첫 페이지부터 낯선 이름이 나왔다. 민준. 수연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차가운 12월의 바람이 창틈으로 스며들어 오래된 일기장의 종이를 살짝 들썩이게 했다. 여기, 수미의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힌 고백들. 그녀가 민준을 처음 만난 카페, 함께 걸었던 한강 공원의 벚꽃길, 비 오는 날 우산을 나눠 쓰며 나눈 첫 키스. 모든 이야기가 너무나 익숙했다.
"언니도 그를 사랑했구나." 수연은 속삭였다. 창밖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 눈은 2년 전 언니의 장례식 날 내렸던 것과 똑같이 조용하고 서글펐다.
수연은 민준을 언니의 죽음 6개월 후 우연히 만났다고 생각했다. 대학 도서관에서 같은 책을 찾던 순간, 그들의 손이 스쳤고, 그것이 그들의 로맨스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일기장은 다른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민준은 언니의 남자였고,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랐을 때, 수연의 손가락이 떨렸다. "오늘 민준이 내 동생 수연의 사진을 보고 물었다. 그가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괜찮을까? 내가 이기적인 걸까? 하지만 수연이는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인데..." 일기는 그렇게 끝났다. 수연은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웠다. 다음 날 언니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창가에 앉아 눈을 바라보던 수연의 휴대폰이 울렸다. 민준이었다. "오늘 저녁에 중요한 얘기가 있어. 청혼할 준비가 됐어." 문자를 보며 수연은 냉정하게 생각했다. 그는 언니를 정말 사랑했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자신을 원했던 걸까? 마음 속에서는 분노와 혼란, 그리고 여전히 살아있는 사랑이 뒤엉켰다.
일기장을 가슴에 안고, 수연은 결심했다. 오늘 밤, 그녀는 민준을 만나 모든 진실을 마주할 것이다. 사랑이란 이토록 잔인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언니는 알고 있었을까? 창밖의 눈은 더욱 거세게 내렸고, 수연의 거울 속 얼굴은 점점 더 언니를 닮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