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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여행

자매 여행: 강물의 기억

눈을 감아도 그때의 색이 선명하다. 열여섯의 나와 열네의 미나가 할머니의 오래된 트렁크를 열었을 때, 쏟아져 나온 낯선 옷들과 황변한 지도의 냄새. 작은 누이 미나는 배낭을 챙기며 너무 흥분한 나머지 가위로 손가락을 베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작은 상처가 우리의 마지막 여행을 예고하는 것이었다는 걸.

지도에는 할머니의 가느다란 필체로 표시된 강이 있었다. 우리는 부모님 몰래 그 강을 찾아 떠났다.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공기가 기억난다. 안개가 강물 위로 낮게 내려앉아 있었고, 자욱한 새벽빛 속에서 미나의 웃음소리만 선명했다. 강바람은 차갑고 축축했지만, 우리의 손은 맞잡아 따뜻했다. 미나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란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나는 그녀가 싫어하는 체크무늬 셔츠를 고집했다. 사소한 다툼으로 시작된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매란 그런 것이었다. 다툼의 기억보다 화해의 순간이 항상 더 선명했으니까.

"언니, 저기 봐!" 미나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을 때, 하늘은 여전히 회색이었지만 강물은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마치 수천 개의 다이아몬드가 물 위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우리는 작은 나무 보트를 빌려 강을 건넜다. 미나의 손가락에서 피가 조금 흘렀고, 물 위에 떨어진 붉은 방울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그것이 강물과 미나의 첫 만남이었다.

강 건너편에는 할머니가 젊은 시절 머물렀다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낡은 목조 건물들과 돌길, 그리고 담벼락을 타고 오른 담쟁이덩굴. 마을 사람들은 낯선 두 소녀를 보며 미소 지었다. 한 노파는 우리를 보더니 눈물을 글썽였다. "윌로우와 메이블의 딸들이구나." 할머니와 그녀의 자매 이름이었다. 우리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로 인해 마을의 작은 카페로 피신해야 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할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할머니의 자매 메이블은 바로 이 강에서 사라졌고, 할머니는 평생을 자매를 찾아 헤맸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미나의 손이 내 손을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날 밤, 우리는 마을의 작은 숙소에서 묵었고, 미나는 내게 속삭였다. "언니, 절대 헤어지지 말자."

이제 나는 혼자 그 강가에 서 있다. 미나는 오 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내 손에는 그녀가 좋아했던 노란 원피스가 들려 있다. 강물은 여전히 흐르고, 안개는 여전히 낮게 깔려 있다. 문득 물 위로 비친 내 얼굴 옆에 미나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환상일까, 아니면 강물이 간직한 기억일까. 원피스를 강물에 살며시 띄우자, 노란 천은 안개 속으로 천천히 사라진다. 어쩌면 모든 자매의 여행은 끝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서로를 기억하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