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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자기계발

자매의 자기계발: 서로를 비추는 거울

유리는 자신의 방에 붙어있는 '인생 목표 100개' 리스트를 바라보며 37번째 항목에 형광펜을 그었다. 그 순간, 옆방에서 정확히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형광펜 캡이 닫히는 소리, 책상 위에 놓이는 소리. 유리는 벽을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시 언니와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내 삶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유리는 자신의 침대에 누워 천장을 응시했다. 언니 유미가 시작하면 자신도 따라하고, 언니가 포기하면 자신도 포기했다. 피아노, 영어 작문, 마라톤, 명상, 투자. 그리고 지금은 자기계발 목록까지. 쌍둥이가 아님에도 마치 그림자처럼 살아왔다.

따뜻한 4월의 오후, 유리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유미의 자기계발 노트를 발견했다. 호기심에 페이지를 넘기던 유리의 손이 멈췄다. '내 진짜 목표: 유리처럼 되기'라는 제목 아래 빼곡한 항목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유리처럼 자신감 있게 말하기', '유리처럼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기', '유리처럼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기'...

유리는 믿을 수 없었다. 언제나 완벽해 보이는 언니가, 자신을 롤모델로 삼고 있었다니. 그동안 유리가 보지 못했던 유미의 내면이 그 노트에 담겨 있었다. 유리는 자신의 자기계발 노트를 꺼내들었다. 첫 페이지에 적힌 '유미처럼 되기'라는 제목이 그녀를 비웃는 듯했다.

그날 밤, 유리는 처음으로 자신만의 계획을 세웠다. '유리처럼 살기'라는 제목 아래,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언니가 관심 없어서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을 적었다. 도예 수업, 재즈 댄스, 단편소설 쓰기...

다음 날 아침, 유리는 유미의 방문을 두드렸다. 처음으로 그녀가 먼저 대화를 시작했다.

"언니, 나 오늘부터 도예 수업 듣기로 했어."

유미의 눈이 커졌다. "정말? 난... 재즈 댄스 배우려고 등록했어."

두 자매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평생 서로를 거울삼아 자신을 계발하려 했지만, 정작 그 거울에 비친 것은 부족한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는 서로의 모습이었다.

오늘도 유리의 방에는 '인생 목표 100개' 리스트가 붙어있다. 하지만 이제 그 목록은 유미와 똑같지 않다. 두 자매의 목록에서 단 하나의 항목만이 일치한다 - '나다운 삶을 살기'. 가끔 유리는 생각한다. 어쩌면 진정한 자기계발은 타인이 되려는 노력이 아니라, 자신을 받아들이는 용기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