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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패션

패션의 언어: 말하지 않은 자매의 이야기

소영은 수선집 문을 열자마자 달라진 공기를 느꼈다. 언제나처럼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언니 지영의 표정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완성했어." 지영은 마네킹에 걸린 검은 드레스를 가리켰다. 광택 있는 새틴 원단에 비즈가 정교하게 수놓아진, 그야말로 완벽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소영의 눈에는 그 드레스가 언니의 영혼에 묻은 짙은 먹물처럼 보였다.

"네 졸업 작품전을 위한 거야." 지영의 목소리는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불안했다. 소영은 드레스를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차가운 비즈를 스치자, 지난 10년간의 기억들이 방 안에 파도처럼 밀려왔다.

열여덟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소영의 학비를 위해 재봉사가 된 언니. "네가 패션디자이너의 꿈을 이루면 돼. 우린 자매잖아." 그 말을 수없이 들었다. 지영의 꿈도 디자이너였다는 사실을 소영은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언니는 꿈을 접었다. 대신 소영에게 모든 기회를 넘겨주었다.

드레스의 등 부분에는 작은 주머니가 있었다. 소영이 호기심에 그곳에 손을 넣자, 작은 종이 한 장이 나왔다. 언니의 대학 합격증을 축소한 복사본이었다. 10년 전 날짜가 선명했다.

"이게 뭐야?" 소영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영은 처음으로 미소지었다. "내 꿈을 네게 줬지만, 이젠 돌려받을 시간이야. 영국 유학 제안을 받았어. 네 졸업 작품전 끝나고 떠날 거야."

소영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모든 게 이해됐다. 드레스의 어두운 색상은 이별을, 비즈의 빛나는 패턴은 새로운 시작을 상징했다. 언니는 침묵 속에서 늘 자신만의 언어로 말해왔다. 바로 패션이라는.

"나... 이것만 알고 싶어." 소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후회 안 해?"

지영은 천천히 고개를 젓고는 소영에게 다가와 어깨를 감쌌다. "후회는 창조성을 죽이는 독이야. 내 선택이었어. 그리고 이제는 내 차례야."

자매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말없이 오랫동안. 그들의 삶은 서로 다른 원단처럼 각자의 질감과 색상으로 짜여 있었지만, 어쩌면 같은 옷의 다른 부분이었을지도 모른다. 소영은 드레스를 다시 바라보았다. 이제 그것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희생과 사랑, 그리고 해방의 증거로 보였다. 언니가 그토록 오랫동안 바느질로 전해왔던 말없는 이야기의 마지막 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