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와 화장품: 우리만의 비밀 팔레트
누나의 화장품 파우치가 열리는 순간, 나는 그녀의 비밀 정원에 초대받은 기분이었다. 열두 살 나이에 화장품이란 어른들의 신비로운 도구였고, 특히 스물셋 누나의 것들은 만지기엔 너무 신성한 물건들이었다.
"오늘만 특별히 허락해줄게. 하지만 엄마한테는 비밀이야." 누나는 검지를 입술에 대며 속삭였다. 그녀의 방은 달콤한 바닐라와 장미 향기로 가득했고, 화장대 위엔 형형색색의 팔레트와 투명한 병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었다.
누나는 내 얼굴에 크림을 바르며 "피부는 캔버스야"라고 말했다. 그녀의 손길은 부드럽고 확신에 차 있었다. 눈을 감으니 붓의 감촉이 눈꺼풀 위를 부드럽게 쓸고 지나갔다. 입술에는 달콤한 향기의 글로스가 발라졌다.
"이제 봐도 돼." 거울 앞에 선 나는 낯선 얼굴과 마주했다. 이게 나라니. 조금은 어색했지만, 신기하게도 여전히 나였다. 누나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화장품은 마법이 아니야.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이지."
그날 이후로 우리는 매주 금요일 밤, 누나의 방에서 '화장품 시간'을 가졌다. 누나는 완벽한 선을 그리는 법을, 나는 무지개 색상환의 이름들을 하나씩 외웠다. 베이지, 코랄, 버건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 같았다.
고등학생이 되던 해, 누나는 해외 유학을 떠났다. 작별 선물로 그녀는 작은 화장품 파우치를 건넸다. "네 첫 번째 컬렉션이야."
파우치 안에는 누나가 처음 나에게 발라준 것과 같은 색상의 제품들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작은 메모가 있었다.
"화장품은 마스크가 아니라 창문이야. 네가 보여주고 싶은 자신을 담는 그릇. 항상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잊지 마. - 언제나 너의 편인 언니가"
오늘, 열 번째 화장품 브랜드 론칭을 앞둔 나는 누나에게 샘플을 보냈다. 이번 컬렉션의 이름은 "시스터후드"다. 모든 색상은 누나와 함께했던 기억에서 영감을 받았다. 언제나 내 인생의 팔레트를 함께 채워온 그녀에게 바치는 작은 헌사.
저녁이 되자 누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네 화장품을 받았어. 열어보니 울컥하더라. 네가 기억하고 있을 줄 몰랐어."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눈가에 살짝 번진 아이섀도우. 그녀도 여전히 감정이 북받치면 눈화장이 번지는 습관이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유전자보다 더 깊은 무언가를 공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장품 파우치 속에 담긴, 자매만의 비밀 언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