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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보드게임

재밌는 보드게임의 마지막 주사위

주사위가 테이블 위에서 굴러가는 소리가 멈추었을 때, 우리 모두는 그것이 단순한 보드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육면체의 각 면에 새겨진 숫자가 아닌, 기억의 파편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으니까.

"너의 차례야, 민수." 내가 말했다. 거실은 늦가을의 차분한 오후 햇살로 가득 차 있었고, 창문 너머로 떨어지는 단풍잎들이 바람에 흩날렸다. 보드게임 테이블 주위로 모인 다섯 명의 오랜 친구들, 우리는 대학 졸업 후 10년 만에 모였다.

민수는 망설이듯 주사위를 집어 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이 '추억의 미로'라는 보드게임은 지하 중고샵에서 발견한 것으로, 설명서도 없었지만 어쩐지 우리 모두가 규칙을 알고 있는 듯했다.

"이상하지 않아? 우리가 어떻게 게임 방법을 아는 거지?" 수영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민수가 주사위를 던졌다. 5가 나왔다. 그의 말이 보드 위의 다섯 칸을 움직였고, '진실의 방'이라 표시된 칸에 멈췄다.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나... 대학 때 너희들 뒤에서 많은 말을 했어." 민수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마치 주사위가 그에게 명령하는 것 같았다. "특히 지훈이 취업했을 때, 질투 때문에 너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렸어."

침묵이 내려앉았다. 지훈이 굳은 표정으로 민수를 바라보았다. 그때 주사위가 스스로 빛나기 시작했다.

"다음." 주사위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 같았다. 소름이 돋았지만, 아무도 일어나지 못했다.

내 차례였다. 주사위를 굴렸다. 3이 나왔다. 내 말이 '후회의 골짜기'에 도착했다. 갑자기 내 머릿속에 지워버린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10년 전, 우리 모임이 깨진 진짜 이유.

"사실... 수영아, 네가 좋아했던 그 선배, 내가 일부러 너희 사이를 깼어."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일 때문에 우리 모임이 서서히 멀어진 거야."

수영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분노보다는 해방감이 그녀의 얼굴에 번졌다.

게임은 계속되었다. 각자의 차례마다 우리는 묻어둔 비밀과 후회, 진실을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고통스러웠지만, 말할수록 방 안의 공기는 가벼워졌다. 마치 오래된 상처에서 고름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마지막 차례, 유진이 주사위를 굴렸다. 주사위가 테이블 위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멈췄다. 그러나 어떤 숫자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주사위가 부서져 다섯 개의 작은 파편으로 나뉘었다.

"게임 끝." 유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각자 한 조각씩 파편을 집어들었다. 손바닥 위에서 따스하게 빛나는 조각들은 마치 우리의 우정 같았다. 깨졌지만, 여전히 빛나는.

다음 날 아침, 나는 그 보드게임을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우리 손에 남은 주사위 조각들은 여전히 실재했다. 가끔 나는 그 조각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어쩌면 가장 재밌는 보드게임은 진실의 게임이고, 가장 값진 승리는 오래된 상처를 함께 치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