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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아내

재밌는 아내의 마지막 장난

이봉호는 아내의 일기장을 발견했을 때, 그것이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발견이라기보다는, 아내가 의도적으로 남겨둔 것이 분명했다. 평소 꼼꼼하게 모든 것을 정리하던 그녀답지 않게, 침대 옆 서랍이 살짝 열려 있었고, 빨간 가죽 표지의 일기장이 눈에 띄게 놓여 있었다.

"당신이 이걸 읽고 있다면, 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거예요."

첫 페이지의 문장이 이봉호의 심장을 얼어붙게 했다. 아내 수진은 어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꽃다운 나이 서른여섯에.

"하지만 슬퍼하지 마세요. 내가 당신을 위해 특별한 게임을 준비했으니까."

이봉호는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불안한 예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수진이 살아생전 장난을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녀가 만든 깜짝 생일 파티, 어버이날 깜짝 선물, 결혼기념일 깜짝 여행... 그녀의 인생은 '깜짝'이라는 단어로 가득했다.

"일기장의 각 페이지마다 단서가 있어요. 모든 단서를 찾으면 당신에게 남긴 내 마지막 선물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이봉호는 두 시간 동안 일기장을 뒤적이며 단서를 찾았다. 그리고 수진이 말한 대로 각 페이지의 첫 글자를 모으자 '지하실 와인 보관함 뒤 벽돌'이라는 메시지가 완성되었다.

지하실로 내려간 이봉호는 와인 보관함을 옮기고 벽에서 느슨한 벽돌을 발견했다. 벽돌을 빼내자 작은 금고가 나왔다. 비밀번호는? 이봉호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이 처음 만난 날짜를 넣었다. 금고가 열렸다.

안에는 USB 하나와 편지가 있었다. 이봉호는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펼쳤다.

"축하해요, 당신! 마지막 단서를 찾았네요. USB에는 내가 몰래 모아둔 당신의 순간들이 있어요. 당신이 몰래 노래 부르는 모습, 혼자 있을 때 춤추는 모습, 내가 없을 때 내 사진을 보며 미소 짓는 모습... 당신이 모르는 당신의 모습들이죠. 난 항상 당신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당신이 얼마나 재밌고 아름다운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이봉호는 USB를 컴퓨터에 연결했다. 화면에 나타난 것은 수진이 몰래 찍은 자신의 일상 순간들이었다. 웃고, 울고, 화내고, 사랑하는 모든 순간들. 마지막 영상에서 수진이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이봉호, 내가 떠난 후에도 웃을 수 있죠? 당신은 내가 만난 가장 재밌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슬퍼하지 말고 계속 웃어요. 그게 나를 위한 일이니까. 사랑해요, 영원히."

이봉호의 얼굴에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동시에 미소도 지어졌다. 수진은 죽음조차도 그녀만의 방식으로, 재밌는 장난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봉호는 이제야 깨달았다. 그가 진정으로 수진을 기억하는 방법은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처럼 삶을 즐기는 것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