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재밌는MBTI

재밌는 MBTI 게임의 대가

그녀가 내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당신은 ENFP예요."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녀를 위해 완벽하게 연기한 ENFP가 아니라, 뼛속까지 INTJ였기 때문이다.

나는 MBTI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취미가 있다. 서울 홍대 골목에 숨어있는 이 특별한 카페는 들어오는 순간 유형 테스트를 하고, 자신의 MBTI에 맞는 자리에 앉아야 한다. 벽에는 16가지 성격 유형별 특징이 화려한 포스터로 붙어있고, 메뉴도 MBTI별로 추천하는 음료가 다르다. 매주 금요일에는 같은 유형끼리, 또는 잘 맞는다는 유형끼리 미팅을 주선한다. 재밌는 사교의 장이지만, 내게는 인간 관찰의 실험실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이었다. 매번 다른 MBTI를 연기하며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했다. ESFP로 변신해 파티의 중심에 서기도 했고, ISTJ가 되어 규칙과 질서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의 연기는 완벽했고,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것이 나의 재능이었다.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그에 맞게 반응하는 것.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민지라는 이름의 바리스타가 내 커피를 건네며 불현듯 말했다. "손님은 오늘 ENFP 역할을 하고 계시네요. 지난주에는 ISTP였고, 그 전에는 ESFJ였죠." 그녀의 눈빛은 장난스러웠지만, 나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내 비밀이 탄로났다.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물었다.

민지는 웃으며 말했다. "저도 당신처럼 MBTI 게임을 좋아하거든요. 차이점이라면 저는 손님들의 진짜 MBTI를 맞추는 게임을 한다는 거죠. 당신은 제가 본 사람 중 역할 연기의 대가예요."

우리는 그날 카페가 문을 닫을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민지도 나처럼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하는 것을 즐겼다. 그녀는 INFJ였고, 사람들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직관력을 가졌다. 나는 처음으로 가면을 벗고 진짜 나로 대화했다.

"이 카페에서 재밌는 일이 많이 일어나요?" 내가 물었다.

"MBTI는 게임이 아니라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냥 재밌는 게임이에요. 사람들은 자신을 이해받고 싶어하죠.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해요. MBTI는 그런 욕구를 채워주는 도구일 뿐이에요."

집에 돌아오는 길,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다른 MBTI 역할을 하는 것도, 다양한 모습의 나를 시험해보고 싶은 욕구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어쩌면 우리 모두는 16가지 유형에 자신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음 날, 나는 INTJ로 카페를 방문했다. 민지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오늘은 진짜 당신인가요?" 나는 대답 대신 웃음으로 응했다. 결국, 가장 재밌는 MBTI 게임은 나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