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시작된 이별
내 책상 위에는 그녀의 사직서가 놓여 있었다. 서류 위 까만 잉크가 마치 우리의 세 번의 봄과 두 번의 겨울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회사 규정상 연애는 금지되어 있지 않았지만, 같은 팀에서 일하는 것은 분명 불편했을 테니까. 그녀의 선택이 옳았다. 나보다 그녀가 언제나 한발 앞서 있었다.
형광등 불빛이 사직서 위로 차갑게 내리쬐었다. 사무실 냄새, 프린터에서 나오는 종이 냄새, 그리고 그녀가 자리에 두고 간 희미한 향수 냄새가 뒤섞였다. 옆자리에서 들려오던 그녀의 키보드 소리가 이제는 없다. 빈자리만 남았다.
"팀장님, 인사부에서 온 서류입니다." 신입사원이 내게 또 다른 서류 뭉치를 건넸다. 그 위에는 새로운 팀원의 인사기록이 있었다. 그녀의 자리는 이렇게 쉽게 채워지는 것인가.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 그녀를 마주쳤다. 다른 부서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는 가볍게 목례를 했다. 낯선 사람에게 하는 예의 바른 인사.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직장에서의 관계는 이렇게 전문적으로 마무리되어야 했다. 하지만 퇴근 후의 시간은? 아파트로 돌아가면 그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을 것이다.
회의실에서 프로젝트 발표를 하는데, 갑자기 그녀가 들어왔다. 마케팅팀에서 협업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마주칠 줄은 몰랐다. 발표 중간에 말이 끊겼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었다.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전문적인 질문, 전문적인 관계. 우리는 이제 연인이 아닌 동료였다.
퇴근 후, 그녀가 남긴 물건들을 상자에 담았다. 칫솔, 잠옷, 책 몇 권. 문자를 보냈다. "물건 정리했어. 언제 가져갈래?" 답장은 곧바로 왔다. "내일 점심시간에 로비에서 만날까요?" '요'라는 존칭이 낯설었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거리가 이렇게 순식간에 멀어질 수 있다는 게.
다음 날, 로비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상자를 건네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고마워요," 그녀가 말했다. 눈빛에서 슬픔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둘 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더는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낼 공간이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그녀는 상자를 안고 들어갔다. 문이 닫히기 전, 마지막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날 저녁, 회사 메일함에 새 메일이 도착했다. 발신자는 그녀였다. 제목은 "프로젝트 회의 자료". 첨부파일을 열었다. 업무 관련 문서 사이에 작은 메모가 있었다. "우리가 잘 지낼 수 있을까?" 키보드 위에 손가락이 멈췄다. 어떤 답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네, 물론입니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직장에서의 이별은 이렇게 끝나지 않는다. 그저 모든 것이 다르게 계속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