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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귀신

짝사랑의 귀신, 그리고 나

내 방 책상 위 달력에 붉은 동그라미가 있었다. 그날은 수연이 떠난 지 정확히 일 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녀를 향한 짝사랑을 고백할 용기조차 없던 나는, 그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나서야 내 감정의 깊이를 깨달았다. 너무 늦었지만.

"좋아했어."

창밖으로 비가 내리는 밤, 나는 텅 빈 방에 대고 한 번도 하지 못했던 고백을 내뱉었다. 소주 반 병이 주는 용기였을까. 그 순간, 방 안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거울 표면에 서리가 맺히고, 유리창이 흐릿하게 흔들렸다.

"알아."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얼어붙었다. 그 목소리는 너무도 익숙했다. 천천히 뒤돌아보니 수연이 서 있었다. 생전에 입었던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살짝 웃고 있었다. 그녀는 살아있을 때보다 더 선명하게 보였고, 방 안의 어둠 속에서도 그녀 주변만 은은하게 빛났다.

"네가... 어떻게..."

"알고 있었어, 민석아. 네 마음을. 내가 떠나기 전부터 줄곧."

수연의 목소리는 바람처럼 부드러웠지만, 방 안을 울리는 반향이 있었다. 나는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한 채 그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발은 바닥에 닿지 않았고, 손가락 끝은 약간 투명했다.

"너도 알고 있었지? 나도 널 좋아했다는 거."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수연은 내게 다가와 얼굴을 마주했다. 그녀의 눈에는 슬픔과 그리움이 가득했다.

"그런데 말하지 않았어. 둘 다. 바보 같았지?"

나는 끄덕였다. 눈물이 흘렀다. 그녀가 손을 뻗어 내 눈물을 닦으려 했지만, 그녀의 손가락은 내 피부를 통과했다. 차가운 공기만이 뺨을 스치는 느낌이었다.

"왜 왔어?"

"네가 불렀잖아. 그리고...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그녀는 내 귓가에 속삭였다. "살아있을 때 용기를 내지 못한 것을 후회해. 민석아, 넌 아직 살아있어. 후회할 시간에 용기를 내."

그녀의 형체가 점점 희미해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내 손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가지 마!"

"이제 가야 해. 하지만 알아둬, 짝사랑은 두 사람의 비밀이야. 네가 용기를 내지 않으면, 그건 영원히 귀신만이 아는 비밀로 남게 돼."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완전히 사라졌다. 방 안의 온도가 다시 올라왔다. 내 옆 테이블 위에는 수연이 항상 갖고 다녔던 작은 푸른색 머리핀이 놓여 있었다. 그것은 분명 전에는 없었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던 여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시간 있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창밖으로 비가 그친 맑은 하늘이 보였고, 어딘가에서 수연이 미소 짓고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