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의 병원: 치유되지 않는 마음의 병
매일 밤 열한 시, 그가 퇴근하는 시간이면 나는 병원 로비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픈 척하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의 흰 가운 자락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 나는 또 다시 거짓 통증을 안고 이곳에 왔다.
병원 로비의 형광등 불빛은 언제나처럼 차갑게 빛났고, 소독약 냄새는 내 코끝을 자극했다. 대리석 바닥에서는 간호사들의 러버 솔이 끼익끼익 소리를 내며 미끄러졌다. 시계 초침 소리가 내 심장 박동과 겹쳐지는 동안, 나는 그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이번 주에만 세 번째 방문이네요. 정말 많이 아프신가 봐요."
김 선생님—내가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그 의사—이 차트를 보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지만 전문적이었다.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의 입술이 살짝 올라가는 모습을 몰래 관찰했다. 그는 내 맥박을 잴 때 손목을 살짝 쥐었고, 그 순간만큼은 내 병이 짝사랑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잘 모르겠어요. 아픈 건지, 아니면 그냥..." 나는 말을 삼켰다. '당신을 보고 싶어서'라는 진실이 혀끝까지 왔다가 사라졌다.
그의 진료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마치 별처럼 빛났다. 밤 근무를 할 때면 그는 이 창 앞에 서서 무엇을 생각할까? 혹시 그도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있을까?
"병은 못 찾겠는데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심해 보이네요. 마음의 병일 수도 있겠어요."
그 순간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정확히 맞췄다. 내 병명은 '짝사랑'이었고, 그 질병의 원인은 바로 그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에게 치료를 바라고 있었다.
그날 밤, 주차장에서 우연히 그와 마주쳤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그는 우산을 나와 함께 쓰자고 제안했다. 우산 아래, 빗소리만이 우리 사이를 채우는 동안 나는 용기를 냈다.
"사실 제가 아픈 이유... 알려드려도 될까요?"
그가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쳤다.
"알고 있어요," 그가 조용히 말했다. "매주 세 번씩 오시는 분을 어떻게 모르겠어요."
내 맥박이 빨라졌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런데..." 그가 미소지었다. "제 아내도 알아요. 그리고 이번 주말에 태어날 우리 아이도 언젠가 알게 될 거고요."
빗물이 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니, 그것은 빗물이 아니었다. 그는 우산을 내 손에 쥐여주고 병원으로 다시 걸어 들어갔다. 마치 수술실로 들어가듯 단호하게.
그날 밤 이후, 나는 그 병원에 가지 않았다. 하지만 짝사랑이라는 병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있다. 어쩌면 모든 병이 그렇듯, 시간이 약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끔은, 치료보다 진단이 더 아픈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