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의 썸타기: 우리가 말하지 않는 것들
그녀의 웃음소리는 내 귓가에 차오르는 물결 같았다. 마주 앉은 카페 테이블에서 민지는 내 농담에 웃으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이건 틀림없이 썸이었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진우야, 나 내일 미팅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그녀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 뒤에 숨겨둔 실망감은 커피잔보다 더 깊었다. 세 번째 '우연한' 만남이었다. 같은 회사 다른 부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5초가 내 하루를 결정했다.
"그래, 다음에 또 보자." 내 목소리는 무심한 척했지만, 손가락은 카페 냅킨을 무의식적으로 접고 있었다. 민지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 카페를 나갔다. 창문을 통해 그녀가 택시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택시가 사라진 후에도 한참을 창밖만 바라봤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메시지함에는 민지와의 대화가 가장 위에 있었다. 대화 내용은 업무적이었지만, 이모티콘 하나, 물음표 뒤에 공백 하나까지 숨은 의미를 찾아내느라 밤을 지새웠던 날들이 있었다. 썸을 탄다는 것은 암호 해독가가 되는 일이었다.
"오늘도 좋은 시간이었어. 다음엔 내가 살게 :)" 메시지를 썼다가 지웠다. 다시 썼다가 지웠다. 결국 보낸 메시지는 "오늘 고마워"라는 세 단어였다. 그녀의 답장은 빨랐다. "나도! 다음에 또 :)" 이 '다음에 또'라는 말의 무게를 그녀도 알까?
카페를 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 가을의 찬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민지를 처음 본 순간부터 6개월. 짝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신호가 있었다. 썸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의문이 있었다. 그 경계에서 나는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다음 날,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다시 만났다. "어제 잘 들어갔어?" 내가 물었다. 그녀는 미소 지었다. "응, 근데..." 그녀가 말을 멈추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거 혹시 네 거 아니야?" 내가 어제 카페에서 흘리고 온 카드지갑이었다.
"아, 맞다. 고마워." 손이 스치는 순간, 그녀의 손가락에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새것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녀가 먼저 내렸다. "그럼 나중에 봐!" 그녀의 목소리가 홀을 가로질렀다.
그날 저녁, 회사 단체 채팅방에 민지의 소식이 올라왔다. '축하해요! 민지씨 약혼 소식이래요~'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나는 웃었다. 쓰디쓴 웃음이었다. 메시지함을 열었다. "오늘 고마워"라는 마지막 대화가 여전히 그대로였다.
썸타기의 끝은 항상 이렇게 누군가에겐 짝사랑이 되어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천천히 민지의 연락처를 터치했다. 그리고 설정으로 들어가 '즐겨찾기에서 삭제'를 눌렀다. 때로는 암호를 해독하는 것보다, 암호가 존재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