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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렛병원

마지막 초콜렛의 맛: 병원 창가에서

병원 창가에 앉아 초콜릿을 녹이는 여자의 눈에서 빗물이 흘러내렸다. 달콤함이 혀 끝에서 녹아내리는 순간, 그녀는 시간이 멈추길 바랐다. 무엇보다도, 이 가벼운 달콤함이 현실의 무게를 이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그녀의 아버지가 입원한 지 정확히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병원 복도는 언제나처럼 소독약 냄새로 가득했고, 형광등은 너무 밝아 그림자조차 숨을 곳이 없었다. 은하는 아버지가 늘 좋아하던 다크 초콜릿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70% 카카오 함량, 쌉싸래한 뒷맛이 특징인 아버지의 최애.

"은하야, 내가 병원에 누워 있는 날이 오면 초콜릿 하나만 가져와 다오. 약 냄새보다는 초콜릿 냄새를 맡으며 눈을 감고 싶구나."

아버지는 평생 제과점을 운영했다. 수많은 달콤한 것들 중에서도 초콜릿만은 직접 만들지 않고 프랑스에서 수입해 왔다. "완벽한 것에 도전하는 것보다 완벽함을 인정하는 게 지혜"라며 웃곤 했다.

중환자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은 더 이상 그 완벽을 추구하던 장인이 아니었다. 온몸을 뒤덮은 관과 선들, 삐삐 소리를 내며 심장 박동을 알리는 모니터. 의사는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하는 조심스럽게 초콜릿 한 조각을 부러뜨렸다. 부러지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중환자실에 들어갈 때, 초콜릿은 반입 금지였다. 하지만 간호사는 은하의 이야기를 듣고 눈을 감아주었다.

"아버지, 제가 가져왔어요.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거."

은하는 녹여둔 초콜릿을 면봉에 살짝 묻혀 아버지의 입술에 발랐다. 온기 없는 입술 위에서 초콜릿은 더 이상 녹지 않았다. 아버지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심장 박동 모니터가 잠시 불규칙해졌다.

"맛있죠?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죠. 인생의 마지막에는 초콜릿 한 조각으로 충분하다고."

기계음이 갑자기 둔탁해졌다. 간호사들이 뛰어 들어왔고, 은하는 밖으로 나가야 했다. 그녀는 남은 초콜릿 조각을 손에 꼭 쥐고 대기실로 향했다.

두 시간 후, 의사가 은하에게 다가왔다. "놀랍게도 안정을 찾으셨어요. 의학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날 밤, 은하는 병원 카페테리아에서 따뜻한 초콜릿 음료를 주문했다. 처음으로 그 쓴맛을 제대로 음미했다. 초콜릿은 단순한 달콤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통과 기쁨, 쓰라림과 위안이 함께하는, 삶 그 자체의 맛이었다. 은하의 손바닥에는 여전히 녹지 않은 초콜릿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때로는 완벽한 달콤함보다, 녹지 않는 고집이 생명을 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