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초콜렛, 쓸쓸한 부모님
초콜렛 향이 집 안에 가득했다. 엄마의 생신날마다 아빠가 만들던 그 특별한 초콜렛 케이크의 향. 죽은 사람의 냄새가 이렇게 생생할 줄은 몰랐다. 부엌에 서서 나는 향기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인 갈색 상자를 발견했다.
"당신이 없는 첫 생일, 내가 만들었습니다." 아빠의 서툰 글씨체가 적힌 카드가 상자 위에 놓여있었다. 가슴 한구석이 무너져 내렸다. 3개월 전, 엄마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우리 곁을 떠났다. 그 후로 아빠는 말이 없어졌다. 그저 매일 밤, 침대 반쪽을 쓸쓸히 쓰다듬는 모습만 보일 뿐.
조심스럽게, 마치 유리 조각을 만지듯 상자를 열었다. 엄마가 좋아하던 다크 초콜렛과 아몬드를 섞어 만든 트뤼플이 정성스레 담겨 있었다. 아빠가 이걸 어떻게...? 요리라고는 라면 끓이는 것뿐이었던 사람이.
"어떻게 만들었어요?"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는 잠시 침묵했다. "네 엄마 휴대폰에 레시피가 저장되어 있더구나. '남편이 만들어줄 초콜렛' 이라는 제목으로." 아빠의 눈가가 붉어졌다. "열두 번 실패했어. 열세 번째에야 겨우..."
나는 초콜렛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달콤함과 쓴맛이 혀끝에서 춤을 추었다. 엄마의 초콜렛과 똑같진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만큼은 진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서랍을 뒤져 오래된 앨범을 꺼냈다. 20년 전, 엄마와 아빠가 첫 데이트에서 함께 초콜렛을 만들던 사진이 있었다. 엄마의 얼굴에 묻은 초콜렛, 아빠의 웃음소리가 사진에서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아빠, 이거 보세요." 사진을 내밀었다. 아빠는 천천히 사진을 받아들고,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3개월 만에 미소 지었다.
"내일은... 내일은 네가 도와주면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구나." 아빠의 목소리가 떨렸다.
초콜렛 하나를 더 집어 들었다. 그 달콤한 쓴맛 속에서, 엄마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부모님의 사랑이 초콜렛처럼 녹아내려 우리 사이에 흐르고 있었다. 때로는 쓰지만, 결국엔 달콤하게 남는 그 맛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