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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렛썸타기

초콜렛에 녹아드는 썸타기

초콜릿이 혀 위에서 녹아내리는 순간처럼, 우리의 관계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 회사 구내 카페에서 나는 그와 '우연히' 마주쳤다. 불문율처럼 그는 아메리카노를, 나는 카페 모카를 주문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의 테이블 근처에 자리를 잡았을 때, 그가 내게 건넨 것은 정체불명의 작은 갈색 상자였다.

"발렌타인데이도 아닌데 이게 뭐예요?" 내가 물었다.

"제가 취미로 만든 수제 초콜릿입니다. 맛 평가 좀 해주시겠어요?"

커피잔 너머로 그의 초콜릿색 눈동자가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상자를 열자 다크 초콜릿 특유의 풍부한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처음엔 쌉싸름했지만, 이내 입 안 가득 달콤함이 퍼졌다. 마치 우리의 관계처럼.

"와, 정말 맛있네요.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수 있어요?"

"사실... 세 번이나 실패했어요. 당신이 좋아할 맛을 찾으려고."

그 말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8개월간의 썸타기가 주는 달콤한 긴장감. 확실한 고백도, 거절도 없는 이 관계가 때론 다크 초콜릿처럼 쓰라렸다. 하지만 이 불확실함이 주는, 다음 만남에 대한 기대감은 밀크 초콜릿보다 달콤했다.

다음 주 수요일, 나는 평소보다 일찍 카페에 도착했다. 테이블 위에는 내가 준비한 두 개의 초콜릿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그가 들어오자 평소와 달리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더 이상 초콜릿처럼 천천히 녹아내리는 관계는 싫어요. 이제는... 확실해졌으면 해요."

그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그리고 이어진 침묵. 내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다. 그때 그가 자신의 가방에서 꺼낸 것은 더 큰 초콜릿 상자였다.

"오늘은 제가 새로운 레시피를 시도했어요. 화이트 초콜릿과 다크 초콜릿을 섞었죠. 상반된 맛이 만나 더 깊은 맛을 내요. 우리처럼요."

그의 말은 고백이었다. 그리고 내 케이크는 응답이었다. 8개월의 썸타기는 마침내 초콜릿이 녹아내리듯 끝이 났고, 우리는 이제 새로운 레시피를 함께 만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가끔은 천천히 녹아내리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초콜릿처럼 달콤쌉싸름한 그 시간이 없었다면 오늘의 달콤함도 없었을 거라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