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남사친: 우리가 매일 가는 길
매일 아침 8시 27분, 나는 그와 같은 전철 칸에서 만난다. 출근길 남사친이라고 부르는 그는 실제로는 내 이름조차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의 모든 것을 안다. 그가 항상 오른쪽 귀에만 에어팟을 끼는 것, 검지 손가락 관절에 작은 흉터가 있는 것, 비 오는 날이면 항상 접는 우산이 아닌 장우산을 들고 오는 것까지.
오늘도 평소처럼 혼잡한 전철에서 그는 문 옆에 서 있었다. 나는 의도적으로 그의 뒤에 자리를 잡았다. 그의 뒷모습에서 나는 익숙한 샌달우드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는 항상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는다. 오늘은 어제 내가 읽었던 것과 같은 기사를 보고 있었다. 우연의 일치가 또 하나 늘었다.
"저기, 혹시 이 전철 3호선 맞나요?"
내가 8개월 동안 한 번도 시도하지 못했던 말을 그가 먼저 건넸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서 작은 보조개가 오른쪽 뺨에 생겨났다. 이것도 처음 아는 사실이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시죠? 저도 항상 이 시간대에 탑니다."
그가 알고 있었다. 내가 그를 지켜봤듯, 그도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출근길 남사친은 내가 일방적으로 지어준 이름이었는데, 어쩌면 나도 그에게 '출근길 여사친'이었을지 모른다.
"제 이름은 김준호입니다. 매일 보면서도 인사를 못 드렸네요."
그의 이름은 내가 상상했던 '서현우'도, '이도진'도 아닌 '김준호'였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내 손이 떨렸다. 8개월간의 일방적인 관찰과 상상 속 관계가 실제 관계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저는 박소연입니다."
내 이름을 말하는 순간, 전철이 급정거했다. 나는 중심을 잃고 그에게 기댔다. 그의 가슴에서는 심장이 내 것처럼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는 나를 잡아주면서 웃었다.
"사실 저... 어제 당신이 떨어뜨린 회사 ID 카드를 주우려고 했어요.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나는 가방을 열어 ID 카드를 확인했다. 없었다. 모든 상상이 무너졌다. 그가 나를 안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8개월간의 내 비밀스러운 관찰은 어쩌면 스토킹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가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말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ID 카드를 보기 전에도 당신을 알아봤다는 거예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만나니까...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출근길 친구'였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다음 역에서 내릴 때, 우리는 함께 걸었다. 8개월 동안 매일 지나쳤던 그 출구를 오늘은 나란히 빠져나갔다.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멀리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매일 가까이 있으면서도 너무 멀리 있었다. 오늘부터 우리는 진짜 '출근길 친구'가 되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특별한 무언가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