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의 반대편: 부모님의 시간
어머니의 안색이 늘 좋지 않다는 걸 알아차리기까지는 세 번의 주말 방문이 필요했다. 매일 아침 8시 정각, 나는 지하철에 몸을 맡기며 출근했지만, 어머니의 하루가 언제 시작되는지 알지 못했다.
"오늘도 야근이니?" 아버지의 문자가 도착했을 때, 사무실 창밖으로는 이미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네온사인이 켜진 도시의 풍경 속에서 나는 문득 부모님의 집에 켜진 불빛을 상상했다. 답장을 보내지 않은 채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다음 날 아침, 평소처럼 출근길에 오른 나는 핸드폰 알림을 확인했다. 어머니가 쓰러지셨다는 소식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달렸다. 지하철 손잡이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회사 대신 병원으로 향했다. 복도를 걸어가는 발소리가 어찌나 크게 들리던지.
"괜찮아, 그냥 조금 어지러웠을 뿐이야." 어머니는 병실 침대에 누워 웃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눈빛은 달랐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아버지는 어머니가 최근 며칠간 밤새 기침을 하셨다고 말했다. 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 주말에 방문했을 때도, 전화 통화를 할 때도 어머니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의사는 폐렴 초기 증상이라고 했다. 며칠간 입원하면서 치료받아야 한다고. 그 순간 내 머릿속에 회사 일정이 스쳐 지나갔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휴대폰을 꺼내 회사에 연락했다. "가족 병간호로 며칠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병실에서의 첫날, 나는 어머니가 잠든 모습을 지켜봤다. 어머니의 얼굴에는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었다. 아버지는 내게 어머니의 일상을 들려주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아버지 아침을 준비하고, 동네 공원을 산책하고, 장을 보고, 집안일을 하고, 퇴근하는 아버지를 위해 저녁을 준비하는 삶. 주말이면 내가 방문할 때를 대비해 이틀 전부터 음식 준비를 시작한다는 이야기.
그동안 나는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에서 어머니의 전화를 귀찮게 여겼다. "오늘은 뭐 먹었어?", "날씨가 추우니 옷 따뜻하게 입어"라는 말들이 시시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이 어머니의 사랑이었음을, 어머니의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일주일 후, 어머니가 퇴원하던 날, 나는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부모님 집 근처로 이사를 결정했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나의 모습을 지켜보던 부모님의 시간을, 이제는 내가 그들의 저녁을 지켜볼 차례였다. 우리의 시간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이제는 같은 해안선에 닿을 것이다.
오늘도 출근길에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귀찮지 않았다. 오히려 기다려졌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담긴 주름을 이제는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