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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아내

아내의 출근: 보이지 않는 그림자

김준호는 아내가 출근하는 날만 꿈을 꾼다. 항상 같은 꿈이다. 아내가 현관문을 나서며 뒤돌아보지 않는 꿈. 오늘 아침에도 그 꿈을 꾸고 눈을 떴다. 침대 옆자리는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오늘은 회식이 있어서 늦을 거야." 아내의 메모가 냉장고에 붙어 있었다. 언제 써놓고 간 건지. 준호는 메모를 떼어 구겨 쓰레기통에 던졌다. 쓰레기통 옆으로 떨어진 종이를 그냥 두었다.

세 달 전부터 아내의 출근 시간은 점점 빨라졌다. 처음에는 7시, 그다음엔 6시 30분, 이제는 준호가 눈을 뜨기도 전에 집을 나선다. 퇴근 시간은 점점 늦어졌다. 처음에는 8시, 그다음엔 9시, 이제는 준호가 잠들고 난 뒤에야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바쁜 회사 생활이라고 했다. 승진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준호는 아내를 믿었다. 아니, 믿기로 했다. 그러다 어제, 아내의 립스틱 자국이 선명한 하얀 와이셔츠 깃을 발견했다. 다른 남자의 와이셔츠였다.

준호는 창가에 서서 아파트 주차장을 내려다보았다. 어제 저녁, 그가 지켜본 그대로의 장면이 펼쳐졌다. 아내가 빨간 원피스를 입고 주차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검은색 외제차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차, 같은 남자.

현관에 걸린 재킷 주머니에서 차가운 쇠붙이가 만져졌다. 준호는 그것을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아내의 열쇠였다. 어제 저녁, 아내가 현관문을 닫을 때 소리 없이 훔쳤다. 열쇠를 쥐자 손바닥에 땀이 배었다.

준호는 오늘 처음으로 회사에 휴가를 냈다. 아내가 출근한다고 말한 그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김미영 씨요? 3개월 전에 퇴사했습니다." 담당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거실 테이블 위에는 급하게 쓴 편지가 놓여 있었다. '오늘 저녁에 모든 걸 이야기하자.' 준호는 그 옆에 아내의 열쇠를 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열쇠도 함께.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서 준호는 문득 깨달았다. 이제 아내가 보는 꿈에는 자신이 출근하며 뒤돌아보지 않는 모습이 있을 것이라고. 어쩌면 둘은 평행선을 달리는 두 기차처럼, 각자의 방향으로 출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 밤, 둘 중 하나는 영원히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